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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7) ‘맹부삼천지교’와 한국교육의 불경제(不經濟)

시장에서 동태를 파는 맹만수는 아들만은 꼭 서울대를 보내야겠다는 인생목표로 살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집에서 학원이 1km 이내여야 서울대를 간다고?

서울 강북의 한 시장에서 동태 장사를 하는 맹만수(조재현)는 ‘서울대병’이 지독한 사나이다. 하나 뿐인 아들 맹사성(이인)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이삿짐 싸기를 수차례, 바짓바람이 웬만한 치맛바람을 능가한다. 영화 ‘맹부삼천지교’ 얘기다. 그러던 터에 만수는 “일당십락(一當十落), 즉 집에서 학교와 학원이 1km 이내면 서울대에 가고 10km가 넘으면 떨어진다”는 날벼락 같은 얘길 듣는다. 그렇다면 강북 1등인 맹사성이 서울대를 갈 수 없다는 말 아닌가. 믿고 싶지 않았으나 학교 선생님까지 “그 말이 맞다”니 어쩌나, 만수는 아들의 서울대 합격을 위해 사채 돈까지 얻어 대치동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웬걸. 모의고사 전국 1등인 최현정(소이현) 산다는 앞집의 분위기가 예상과 영 딴판이다. 현정의 삼촌(사실은 아빠) 최강두(손창민)가 조폭 두목인데 그의 졸개들과 집안에서 벌이는 소란이 장난이 아니다. 만수는 아들 사성의 면학 분위기를 위해 이 조폭들을 아파트에서 몰아내려 온갖 수를 다 써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외려 믿었던 아들마저 공부는 나 몰라라 딴전을 피워 고민만 점점 커져갈 뿐.

대치동 아파트로 이사 간 만수는 틈만 나면 아들(왼쪽)에게 “꼭 서울대에 가야한다”고 강요한다. /출처=네이버영화



#아이들의 꿈은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는것

만수에게 사성은 생존의 이유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아내를 잃고 통곡하며 “사성이를 꼭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만수는 줄곧 깡소주만 먹으며 돈을 아껴 아들을 ‘강북 1등’으로 키워냈다. 강두에게도 ‘전국 1등’ 현정이 존재 이유다. 아빠로서 조폭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딸을 딸이라 부르지 못하는 딱한 처지이지만 자신의 딸만큼은 서울대를 보내 못배운 한을 풀고 싶은 강두다. 하지만 사성과 현정의 생각은 다르다. 가수가 꿈인 사성은 아빠 몰래 콘서트 준비까지 한다. 현정은 “강남 살면 뭐하고 나 1등하면 뭐해?”라며 자유를 열망한다. 아이들의 바람은 명문대 입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공부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다.

입시 과열은 비단 영화만의 얘긴 아니다. 망국적(亡國的)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현실의 입시 과열은 극심하다. 높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률 증가,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의 아파트값 폭등, 가족 해체 등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사교육비 지출은 세계 1위 수준으로 가계는 물론 경제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계정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미국(2.4%), 일본(2.1%), 독일(1.0%), 프랑스(0.8%)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통계청 조사결과 2014년 2분기 교육비 지출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의 9.5%를 차지하고 이 중 학원과 보습교육이 80.8%를 차지할 정도로 사교육비는 가계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사교육비로 인해 소비 주체인 가계에 쓸 돈이 말라가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입시 위주의 과열된 경쟁 탓에 사회 전체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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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사성과 최현정(오른쪽)은 서로 의지하며 입시압박으로 인한 시름을 달랜다. /출처=네이버영화



#오락가락 교육정책 사교육 폐단 키워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팽창을 바로잡기는커녕 되레 키운 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전체 교육비 가운데 정규교육비의 비중은 2000년 20.8%에서 2013년 14.9%로 급격히 축소된 반면 사교육비의 비중은 2000년 54.7%에서 2013년엔 68.1%로 늘어났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육성 정책, 대학 서열화 정책 등이 빚어낸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역대 정부마다 교육정책을 전리품 여기듯 해왔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자마자 뜯어고치기부터 나서니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교육정책은 누더기가 돼 버렸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이고 한 경제가 풍요한지 빈곤한지 여부도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인적자본론’을 표방했다. “현대 국가의 부를 측정할 때 외환이나 금 보유액, 사회간접자본 등을 척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국부의 4분의 3 정도는 인적자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베커는 “미래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며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문대 입학이 인생목표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바라는 길을 가는 것이다. /출처=네이버영화



#한국교육, 심각한 ‘불경제’에 빠졌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반면 대졸 이상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5.3%나 된다. 사회 전체로 볼 때 인적 자본에 대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렇듯 지금의 입시 위주 교육시스템은 사회적 자원과 노력이 쓸데없이 낭비되는 전형적인 ‘불경제(不經濟)’라 아니할 수 없다.

영화 ‘맹부삼천지교’에서 수험생 맹사성과 최현정은 ‘명문대 목표’를 접고 자신이 꿈꿔왔던 길을 간다. 아버지인 맹만수와 최강두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자녀의 선택에 따른다. 영화에서나마 “공부하는 시간보다 내 시간이 더 많다”는 현정이나 “요즘 음대 갈려고 공부 열심히 한다”는 사성의 표정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현실 속 우리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하다. 17세기 제주도에 표류해 억류돼 있다가 13년만에 탈출한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은 “조선의 아이들은 밤이고 낮이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고 ‘하멜표류기’에 썼다. 조선시대 교육사 연구의 권위자인 정순우 교수의 ‘서당의 사회사’를 봐도 19세기엔 가난한 마을에도 115호당 하나의 서당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교육열이 한국 경제에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교육이 심각한 ‘불경제(不經濟)’ 상태에 빠졌다. 우리 민족 특유의 교육열이 다시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제도의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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