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시장 전망치를 5,000억원 이상 상회하는 7조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깜짝 실적' 배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약진이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4분기에만 9,300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지난 2014년 내내 벌어들인 영업익(6,600억원)보다 많은 돈을 1분기 만에 걷어 들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삼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하지만 잔치는 불과 석 달을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50% 이상 급감한 4,0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경쟁자인 LG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기간 3,329억원이던 영업익이 1,00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는 단순하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중심으로 물량을 쏟아내 세계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14년 3·4분기 3.9%였던 디스플레이 공급과잉률이 지난해 4·4분기 9.8%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공급물량이 수요보다 10% 가까이 많다는 뜻이다.
자연히 LCD 패널 값도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TV 재고가 쌓이는 반면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패널의 공급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 TV 패널 값은 평균 6.6%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장 가동률을 끌어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LCD 패널 시장의 공급과잉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무제한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견인하고 있는 BOE가 7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10.5세대 공장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020년에는 한국을 따돌리고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게 BOE의 청사진이다. 중국의 또 다른 디스플레이 기업인 차이나스타(CSO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1세대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5세대에 머물고 있는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LCD 제품군을 사실상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는 위기에 떠밀리는 셈이다. LCD 업계에서는 TV 패널을 만드는 기판의 크기가 커질수록 차세대 공정으로 보는데 기판이 커지면 한 번에 여러 장의 패널을 뽑아낼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다.
중국의 도전에 삼성과 LG는 제품 차별화로 응전하고 있다. 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OLED가 무기다. LG디스플레이가 1조8,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OLED 공장을 짓기로 했고 삼성 역시 올해 상반기 중 OLED 라인에 대한 2단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2017년 이후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적용할 경우 삼성과 LG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여전히 비싼 OLED 패널의 가격은 걸림돌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시장 수요의 80%가량을 차지하는 TV 패널의 가격을 낮추지 못할 경우 중국 업체가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BOE 등 중국기업들은 LCD 이후 OLED를 목표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년 뒤 한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등으로 밀려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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