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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17) ‘시몬’과 가상현실(VR) 시장의 급팽창

시몬이 사이버 배우임을 모르는 대중은 시몬의 완벽한 외모와 연기에 열광한다. /출처=네이버영화




#“당신의 여배우가 내 주머니에 있소”

삼류 영화감독 타란스키(알 파치노)가 사이버 여배우 시몬(레이첼 로버츠)을 통해 흥행대박을 터뜨리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 ‘시몬’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여운이 있다.

자칭 천재감독인 타란스키는 거듭되는 흥행참패 끝에 영화판에서 내쳐질 처지에 몰린다. 타란스키의 실패는 비즈니스 감각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주연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감독 알기를 우습게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란스키의 영화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그 좌절의 순간 짠하고 나타난 한 엔지니어. “당신의 여배우가 내 주머니에 있소”라고 말하며 사이버 여배우 프로그램을 타란스키에게 건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감독의 취향대로 외모와 성격에다 감독 말을 하늘로 아는 주연 여배우를 만들 수 있다니. 타란스키는 프로그램을 토대로 ‘Simulation one’의 약어인 시몬(Simone)이란 이름의 사이버 여배우를 창조해 영화를 발표한다.

흥행대박을 터뜨린 타란스키는 “시몬, 디지털시대가 도래했다”고 외친다. /출처=네이버영화


#“시몬, 눈부신 스타 탄생” 찬사 이어져

첫 작품인 ‘선라이즈 선셋’의 시사회장에서부터 시몬에 대한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시몬의 완벽한 외모와 연기를 보면서 “이 세상 사람 같지 않다”는 찬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각국의 신문과 방송들도 “시몬, 눈부신 스타 탄생”이란 보도로 슈퍼스타의 출현을 세상에 알린다.

컴퓨터로 정교하게 합성된 시몬의 외모는 흠잡을 데가 없다. 마릴린 먼로보다 더 관능적이고, 오드리 햅번 못지않게 청순하며, 우아함은 잉그리드 버그만을 능가할 정도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은 신예 스타 시몬에 쏠린다. 마침내 만년 삼류 감독이 대박 감독으로 거듭났다. 타란스키는 감격에 겨워 시몬과의 둘 만의 공간인 작업실에서 외친다. “시몬, 디지털시대가 도래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거야!” 이에 대한 시몬의 답은 “난 현실의 죽음”.

시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콘서트를 마련한 타란스키는 “한 명을 속이기보다 10만명을 속이기 쉽다”고 말한다. /출처=네이버영화


#‘CES 2016’에서 VR비즈니스 큰 관심

현실의 죽음? 일견 타당한 말이긴 하다. 사이버 여배우 시몬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곧바로 현실 여배우들의 퇴조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영화 밖 실제 세상에서도 ‘현실’엔 중대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현실(VR)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면서 전자업계의 기대가 크다. 전 세계 VR시장의 규모는 올해 20억달러에서 매년 75% 가량 성장해 2020년엔 28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삼성전자의 ‘VR 체험관’ 등에 관람객과 업체 관계자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룬 것 또한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VR 비즈니스의 발전은 실제 세상의 변화를 더욱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0만명 수준이던 VR기기의 사용자 수가 불과 3년 후인 2018년엔 1억7,0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

감독에게 무례한 여배우. 타란스키는 차라리 디지털배우가 좋다. /출처=네이버영화


#허상에 대한 열광은 블랙코미디

하지만 가상현실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영화 ‘시몬’만 봐도 볼썽사나운 부분이 많다. 실체조차 없는 가상의 존재 시몬에 대한 대중의 열광부터가 난센스다. 사이버 여배우에 대한 언론의 열띤 취재경쟁, 허상에 대해 끝도 없이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도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타란스키는 세상을 속였다는 자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이 그의 성공욕구다. 출세욕에 병든 타란스키는 끝끝내 세상 속이기를 멈추지 못한다. 방송엔 사전 제작된 시몬의 인터뷰로 대응하고, 신문과 잡지엔 서면 인터뷰를 내보내 시몬의 허상을 부풀린다. 그래도 시몬에 대한 세상의 의혹이 끊이지 않자 타란스키는 시몬을 가수로 데뷔시켜 대규모 공연까지 갖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 명을 속이기보다 10만명을 속이기가 쉽지”. 그의 입가엔 씁쓸한 웃음이 번진다.

디지털배우에 얽매인 감독. 타란스키가 시몬을 만든건가, 시몬이 타란스키를 만든건가? /출처=네이버영화


#시몬이 타란스키를 만든 것일지도…

허상의 굴레에 갇힌 타란스키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조난당한 한 사람이 황금 덩어리를 움켜쥔 채 빠져 죽었다면, 사람이 황금을 소유한 건가 아니면 황금이 사람을 소유한 건가? 그러고 보면 감독 타란스키가 디지털배우 시몬을 만든게 아니라 시몬이 타란스키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세상에서도 VR기술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는 요즘 가상현실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영화 ‘시몬’ 속에서의 타란스키와 시몬의 전도(顚倒)된 처지가 그저 허구일 뿐인지 진실의 한 단면일 수도 있는 것인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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