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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앤디 팔머 애스턴 마틴 CEO

“라인업 확대 등으로 판매량 확대 자동차 업계의 에르메스 되겠다”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스크린 속에서 뽐내던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럭셔리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이2015년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에 온 앤디 팔머 애스턴 마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향후 사업 계획과 한국시장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2015년 12월 초,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의 CEO 앤디 팔머가 서울을 찾았다. 애스턴 마틴은 자동차 경주 선수인 리오넬 마틴과 로버트 뱀포드가 1913년 세웠다. 영국 잉글랜드 중부 워릭셔주 개이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스턴 마틴은 현재 고성능 스포츠카 ‘밴티지’, ‘DB9’, ‘뱅퀴시’ 등 세 가지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앤디 팔머는 2014년 10월 애스턴 마틴 CEO로 취임했다. 이전에는 23년 동안 닛산 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닛산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2012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경영자로 선정됐다. 2014년에는 영국 자동차 산업 서비스 부문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위를 받기도 했다.

애스턴 마틴은 한국 공식 수입 업체를 기흥인터내셔널로 선정하고 2015년 4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서울시 반포구에 있는 애스턴 마틴 전시장에서 앤디 팔머를 만났다. 애스턴 마틴의 한국 진출이 늦은 건 아니었는지 궁금했다. 앤디 팔머의 답은 이랬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진출 자체가 늦었어요. 아시아 시장이 중요한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 18개월 동안 한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전시장을 마련했어요. 특히 우리는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소비자들은 애프터서비스 수준에 매우 민감하다. 판매에만 열을 올리다 애프터서비스 문제로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있는 수입차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기흥인터내셔널은 전시장 지하에 서비스센터를 만들었다. 1,500㎡ 규모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게 앤디 팔머의 설명이다.

“애스턴 마틴이 애프터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고객들에게 보여준 겁니다. 우린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거나 가벼운 충돌로 망가질 수 있는 부품의 재고를 넉넉하게 가지고 있어요. 한국 서비스센터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부품을 빠르게 조달하기 위해 우린 ‘24시간 회전율’이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 본사에 요청하면 연락 받은 그날 바로 부품을 비행기에 실어 한국서비스센터로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애스턴 마틴은 연간 4,000대 가량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미국이다. 그 다음이 영국이고 세 번째가 유럽이다. 아시아 · 태평양과 중동 지역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세컨드 센추리’ 전략으로 성장 모색
현재 애스턴 마틴은 중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앤디 팔머는 이를 ‘세컨드 센추리’라고 말했다. “회사 수익성을 높이고 성장을 도모하는 계획입니다. 여기엔 세 가지 핵심전략이 있어요. 첫 번째는 현재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스포츠카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차세대 모델로 바꾸는 겁니다. 두 번째는 크로스오버 차량 DBX를 생산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롤스로이스 같은 초호화 차량인 ‘라곤다’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이죠.”

앤디 팔머는 이어 생산량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스턴 마틴은 과거 연간 7,000대까지 생산한 적이 있었다. 앤디 팔머는 말한다. “7,000대를 판매했을 때 판매망은 현재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애스턴 마틴의 수요는 1만 대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희소성 전략을 계속 가지고 간다는 데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생산량을 7,000대로 맞추려고 합니다.”

크로스오버 차량 DBX 생산은 애스턴 마틴에게 중요한 결정이었다. 스포츠카만 생산하던 브랜드들이 요즘 크로스오버와 SUV 차량도 시장에 내놓고 있고, 애스턴 마틴도 이 대열에 동참한 것이었다. 결국 판매량 확대에는 구체적인 전략이 있는 셈이었다. 앤디 팔머는 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애스턴 마틴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훌륭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적자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어요. 스포츠카만 팔아선 수익성을 챙기기 어려웠던 거죠. 결국 지금 생산해서 팔고 있는 스포츠카 모델 라인업을 넘어서는 제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죠. 우린 애스턴 마틴이 가지고 있는 희소성은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자동차 업계의 에르메스가 되는 게 저희의 바람이죠. 그러기 위해선 고가의 제품이면서도 어느 정도 판매량이 받쳐줘야 합니다.”

애스턴 마틴이 내건 브랜드 슬로건은 파워, 뷰티, 소울이다. 앤디 팔머는 애스턴 마틴에 대해 스포츠카와 럭셔리카를 융합한 차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라리와 롤스로이스를 합쳐놓은 차량을 떠올리면 된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은 조금 더 복잡해요. 페라리는 빠르다는 걸 강조하고, 롤스로이스는 럭셔리를 내세우면 됩니다. 그러나 애스턴 마틴은성능과 럭셔리를 조화롭게 결합시켜야 합니다. 영국의 장인정신,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철학과 사고방식도 반영해야 하고요.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은근한 럭셔리도 저희 제품엔 묻어나야 합니다.”

그는 한 가지 야심 찬 계획도 들려주었다. 바로 전기차였다. 애스턴 마틴은 순수 전기차 ‘라피드 E’를 2017년 말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응책이다. 앤디 팔머는 전기차를 내놓으려는 또 다른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저흰 고가의 전기차 시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테슬라 차량이 10만 달러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애스턴 마틴은 테슬라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전기차를 만들어 더 비싸게 내놓을 겁니다. 당연히 우린 성공할 것이라 보고 있어요.”


고객 시승 행사 통해 매력 전할 것
애스턴 마틴이 한국에서 중점을 둘 판매 · 마케팅 방법이 궁금했다. 애스턴 마틴은 글로벌 판매 · 마케팅 전략을 ‘삼위일체’라고 부른다. 영화 007, 레이싱, 럭셔리 세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전통적으로 애스턴 마틴을 타고 스크린에 나온다. 레이싱은 애스턴 마틴이 탄생한 뿌리다. 앤디 팔머는 말한다. “한국에선 자동차 경주 문화가 아직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경주장에서 애스턴 마틴을 체험하게 하는 ‘트랙데이’ 행사가 앞으로 중요해질 겁니다. 트랙 시승을 통해 애스턴 마틴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하는 거죠. 실제로 타보면 애스턴 마틴이 가진 매력을 확연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애스턴 마틴은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앤디 팔머는 애스턴 마틴 전체 판매량 중 여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애스턴 마틴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회사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애스턴 마틴은 여성들로 구성한 ‘여성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앤디 팔머는 말한다. “여성자문위원회가 2~3개월에 한 번씩 본사로 옵니다. 그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차량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어요. 새로 출시할 DBX도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 · 생산이 진행될 거고요.”

기흥인터내셔널은 애스턴 마틴이 추구하는 판매 · 마케팅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시장을 열고 나서 바로 트랙데이를 개최했다. 거기엔 남성 고객들만 초청된 게 아니었다. 가족 모두를 초청해 여성들에게도 애스턴 마틴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새로운 007 영화가 나왔을 땐 구매 고객의 부인들을 시사회에 초대했다. 트랙데이 행사 후 실제로 애스턴 마틴을 구매한 한 여성 고객은 007 시사회에도 참석해 만족감은 보이기도 했다. 앤디 팔머가 말한다. “기흥인터내셔널로부터 이 같은 피드백을 받고 많이 기뻤습니다. 본사 방침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으니까요.” 그는 “애스턴 마틴이 5년 이내에 한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럭셔리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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