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는 바이오 열풍이 더욱 거세다.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글로벌 기업들, 전통 산업에서는 한 발 늦었지만 신산업 분야에서는 우위를 점하려는 신흥국 기업들이 얽혀 경쟁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지원책도 강화되고 있다.
의약·제약 분야를 제외하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은 화학 기업들이다.
이제 화학이 아닌 바이오 기업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는 듀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4년에는 섬유 부문과 석유·제약 사업을 정리한 대신 종자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농생명공학 부문 매출은 이미 2010년 30%를 넘어섰다. 농작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는가 하면 올해부터는 옥수수잎 등 농작물 폐기물 원료로 삼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 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제조 업계에서도 바이오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복사기·사무용품 사업으로 알려진 일본 후지필름은 2000년 이후 제약사인 도야마화학, 유도만능줄기세포(다양한 장기·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도록 조작한 세포) 회사인 셀룰러다이내믹스인터내셔널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현재 총 매출의 40%를 바이오 부문에서 창출할 정도로 기업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
제4의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 기업들도 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유전자 분석 기업인 BGI는 2013년 유전자 분야의 세계적 강자인 컴플리트지노믹스를 인수했다. 현재 글로벌 게놈 데이터의 20% 이상을 보유하는 등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떠올랐다. 빌게이츠재단과 손잡고 쌀 게놈 염기서열 해독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바이오 산업을 미래 7대 산업 중 하나로 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미국의 바이오 관련 기술투자 규모는 총 60억달러로 소프트웨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의 바이오 산업은 2005년 약 105조원 규모에서 2010년 281조원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이미 바이오 시장의 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길은 뭘까.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가장 앞선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바이오 인력·투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사람의 안전, 환경의 안전이나 윤리적 문제 등이 없는 한은 과감하게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기업들도 주저하지 말고 4차 산업혁명 앞에서 과감히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바이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면 맞춤형 약과 의료 서비스, 맞춤형 종자, 맞춤형 바이오 화학 제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며 "융합을 거부하는 딱딱한 조직문화나 대량생산체제로는 바이오 시대를 선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과감한 인수합병(M&A)이라는 정공법으로 장기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주요 지역별 바이오산업 현황
(단위 : %, 억 달러)
*2014년 기준, 2017년은 전망치
*자료 : 마켓라인 등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