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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EB하나銀, 룩셈부르크에 유럽통합법인 만든다

KEB하나은행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중 한 곳인 룩셈부르크를 전초기지로 삼아 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룩셈부르크에 유럽 통합법인을 만들어 글로벌 금융사들과 자웅을 겨루겠다는 것. KEB하나은행이 지난 9월 통합출범 후 글로벌 부문에서 꺼내 든 첫번째 카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룩셈부르크에 유럽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지점을 폐쇄하고 관련 인력을 룩셈부르크로 옮겨, 유럽시장 공략의 틀을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에 통합 법인을 신규 설립해 특정 지역을 공략하는 방식은 국내은행 중 KEB하나은행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의 이번 유럽 통합법인 설립은 룩셈부르크 당국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과 향후 시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룩셈부르크에 통합법인 설립이 완료되면 이후 유럽연합(EU) 가입국에 있는 지역에 지점 설립을 원할 경우 현지 은행에 준하는 자격조건만 갖추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일일이 현지 금융당국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어 유럽시장에서 보다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한 셈이다.

무엇보다 룩셈부르크는 예대율 및 동일인 여신한도 한도 등의 규제는 약한 반면 세제혜택은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룩셈부르크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 되며 법인세율과 부가가치세율 또한 각각 29%와 15%에 불과해 유럽지역에서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룩셈부르크는 정보기술(IT) 기업 유치를 위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이익을 낸 업체에는 수익의 20%가량에만 세금을 물리고 있어, 핀테크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적격인 지역이다. 영어 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가 통용돼 언어 장벽이 낮다는 점도 KEB하나은행이 유럽통합법인을 룩셈부르크에 세우려는 이유 중 하나다.

KEB하나은행 측은 룩셈부르크 통합법인 설립 후 동유럽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서유럽 쪽은 이미 현지은행들의 벽이 두터워 공략이 쉽지 않은데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체코 등에 진출해 있어 시장성도동유럽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영국 런던지점과 프랑스 파리지점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현지 법인을 두고 있긴 하나 러시아는 EU 가입국이 아니어서 동유럽 시장 진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KEB하나은행 측은 우선 체코 오스트라바에 있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폴란드와 헝가리 등에도 지점을 신규 설치할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현지 법인을 지점으로 바꾸는 방안 또한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를 통해 유럽의 기업금융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동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현지 업체들을 공략해 알음알음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투자금융(IB) 수요도 적극 발굴해 낼 계획이다.

이번 유럽통합 법인 설립은 구외환은행 시절부터 검토한 사안 중 하나였으나, 통합이 완료된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외환은행은 지난 1989년 국내 은행 최초로 룩셈부르크 법인을 설립했으나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발생 직후 이를 철수하는 등, 룩셈부르크와는 예전부터 인연이 깊다.

KEB하나은행은 유럽 외에 북미와 아시아지역 공략에도 고삐를 죌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오는 2025년까지 당기순이익의 4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여타 지역에서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원큐(1Q)’ 브랜드를 활용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며 중국하나은행의 경우 분행장을 모두 현지인으로 교체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법인장 출신의 유제봉 전무를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중민리스사의 부사장으로 파견해 중국 금융사업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이 지분의 25%를 소유한 중민리스사는 에너지나 항공기 등의 리스 사업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사업 규모를 최대 100조원 규모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북미 지역의 경우 지금까지 현지 교포 대상 위주의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IB 등의 기업금융까지 진출할 방침이다. 또 LA현지법인은 지점으로 바꾸고 애틀란타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하는 등 구외환은행 시절 갖췄던 북미 네트워크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북미와 남미를 잇는 통합 금융네트워크 구축을 꿈꾸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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