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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구조조정은 양립할 수 없다. 최근 2년 동안 중국에서 나타난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성장을 위한 총수요 확장이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낳아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중국은 경기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급준비율을 5차례 인하했고 기준금리를 4차례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4%에 그쳤다. 경기부양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고 구조조정 지연으로 중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은 낮아졌다. 오히려 부채만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급 측면 개혁'을 내세우면서 태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중국 정부가 강조한 공급 측면 개혁은 과잉설비·부동산재고 축소 등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직면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인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던 총수요 확대 정책이 가져온 성장둔화, 부채급증 문제를 수긍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시장참여자들이 지난 5일 개막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공급 측면 개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였다. 의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는 연간 성장률 목표를 7%에서 6.5%로 낮춘 것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이번 전인대에서 연간 성장률 목표를 6.5~7.0%로 발표했다. 성장과 구조조정 사이에서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발표된 세부 목표치에서도 모순점이 드러난다. 소매판매와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 목표치는 대폭 낮춘 반면 통화 증가율은 높여 잡았다.
중국 정부가 애매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실업률 증가 등 사회불안에 대한 우려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이번에 계획한 구조개혁은 더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목표 성장률을 낮추지 않은 채 공급 측면의 개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구조개혁은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더 명확해지고 있다. 경기부양책 유지가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일부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중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구조개혁 지연에 따른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성장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놓은 중국 전인대의 모호한 정책 방향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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