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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에 승리하면서 1승3패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AI를 의료, 금융, 제조업에 열심히 접목하는 곳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처럼 AI 쇼크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2014년도 ICT 기술수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 비해서도 역전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두에 서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우선 의료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AI 개발에 한창이다. 뷰노의 경우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던 연구원 3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2014년 12월 창업했다. 컴퓨터가 입력된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능력을 키우는 딥러닝을 접목해 폐 질환을 조기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료 영상과 개인 진단 자료 등 의료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해 환자의 병증이 폐 질환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한다. 지금까지 전문의의 소견에 의존해야 해 인간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었던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뷰노의 설명이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진단 정확도는 97%에 달한다"며 "폐암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 등 투자사와 스타트업 육성업체로부터 총 9억 원을 투자 받은 뷰노는 서울아산병원과 공동 연구하고 있으며, 해당 기술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뷰노 메드(가칭)'를 올해 하반기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루닛은 유방암을 초기에 찾아내기 위해 딥러닝을 의료 영상의 판독·분석에 적용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유방 촬영술, 유방 병리조직검사 소프트웨어로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2013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공학도들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루닛은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역시 올해 안에 유방암, 결핵 등 조기 진단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루닛은 2014년 국제 이미지 인식 기술대회(ILSVRC)에서 세계 5위에 오를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며,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 포메이션8 등 투자사로부터 총 2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부터 핀테크(금융과 IT 결합) 열풍이 거센 금융 분야에서는 딥러닝 금융 분석이 떠오르고 있다. 솔리드웨어는 금융 고객의 나이나 거주지, 직업, 직전 대출 이력 등 총 1,000가지의 정보를 모두 컴퓨터에 입력해 컴퓨터가 특정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을 보유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만들 수 있다. 엄수원 솔리드웨어 대표는 "컴퓨터는 고도의 분석 기법으로 인간이 찾지 못하는 소비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특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솔리드웨어는 지난 4일 KB캐피탈의 파트너사로 계약을 맺고 새로운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유비파이는 드론이 현재 위치를 스스로 인식하는 'AI 드론'을 개발했다.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 두 대로 현재 위치와 주변 지형의 특징을 촬영하면 이를 드론이 인식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성항법장치(GPS) 추적이 어려운 실내에서도 드론의 정확하고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 2014년 3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대학원 출신 동료들이 만든 유비파이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 가능한 소형 AI 드론을 개발 중이다. 유비파이는 카카오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와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창업 후부터 현재까지 총 9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조근희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책임연구원은 "AI R&D가 아직 정부 과제 중심으로 이뤄지는 형태라 AI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은 아직까지는 9개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관련 스타트업 숫자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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