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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가입 첫날] "수수료·수익률요? 본사에 알아볼게요"… 준비 덜돼 답답한 창구

■ 금융사 9곳 가봤더니…

수수료 체계 등 세부내용 창구 직원들도 잘 몰라 불완전 판매 리스크 높아

계좌 개설에 2시간 걸려

한산한 현장… 기대감은 낮아 "가족에 쉽게 추천못할 상품"

ISA 출시6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인 14일 서울 중구 소재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ISA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일선 증권사와 은행 창구는 한산했지만 상품 및 수수료 정보가 불충분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권욱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인 14일 서울경제신문은 서울 여의도·종로·광화문의 증권사와 은행 아홉 곳을 방문했다. 찾아간 객장은 외견상 모두 부산했다. ISA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몰려서가 아니다. 창구 직원조차 ISA와 관련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탓이다. 고객들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직원들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 모델포트폴리오(MP), 수수료 정보 등을 문의하며 뒤늦게야 업무를 익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는 한 증권사에서 ISA를 만들었다. 객장은 한산했지만 ISA의 내용과 관련 업무에 능숙한 인력이 부족해 계좌 하나를 만드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기자는 먼저 소득 수준과 금융 자산 비중, 감내할 수 있는 원금 손실 한도 등을 묻는 투자 성향 조사부터 시작했다. 결과는 '고위험 성향'. 다행히 이 증권사에서는 고위험 성향의 모델포트폴리오(MP)가 어떤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지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수익률을 물어보자 대뜸 본사로 전화를 걸더니 "랩(랩어카운트) 담당하시는 이○○ 대리님께 물어보겠다"고 했다.

앞서 방문한 다른 두 곳의 증권사에서는 "계약 후 홈페이지나 e메일을 통해 알 수 있다"고만 했다. 특정 MP의 목표 수익률에 대해 묻자 본사와 통화한 후에야 '5%'라고 일러줬다. 어지간한 가입자라면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자산을 맡겨야 하는 셈이다.

투자할 MP를 선택한 후에는 창구 직원이 전산 작업을 진행하면서 십 수 장의 서류에 서명하도록 했다. 수수료 체계 등 좀 더 세세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직원은 쉽게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홈페이지 가입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만 했다.



이는 현장 직원들의 탓은 아니었다. 금융 당국은 ISA 출시일을 못 박아 두고 지난달 15일에야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 업계 입장에서는 약 30조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ISA 시장 진출을 고작 한 달 만에 준비해야 했던 셈이다. 정부의 끼워맞추기 식 ISA 출시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 보였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은 광화문·여의도·강남의 금융사 아홉 곳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과 금융사 직원들 대부분 ISA에 큰 기대가 없는 분위기였다. 금융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여모(53)씨는 한 증권사 객장에서 기자와 만나 "ISA 관련 뉴스가 많길래 상담이나 받아보려고 들렀다"며 "연 2,000만원 납입 제한이나 의무가입 같은 제약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ISA는 가족들에게 쉽게 추천 못할 상품"이라고도 귀띔했다. 연 2,000만원씩 투자해 의무가입 기간(3~5년) 후 비과세 한도인 수익 200만원을 달성하더라도 수수료를 감안하면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기껏 30만원 정도의 혜택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그는 "세금을 면제 받는 대신 수수료를 내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준비 미비와 ISA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 당국의 경고까지 더해져 오히려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은행 창구 직원은 "ISA는 어디에서 가입하든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이라 주거래 은행이나 집 근처 은행에서 가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수익률을 봐야 가입자들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상담 문의가 크게 늘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유주희·양철민·이두형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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