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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성공의 조건>보험금 노려 기록조작까지..'비급여 표준화'로 과잉 청구 막아야

<3> 줄줄 새는 실손보험금 대책은

치료비 파악 어려워 일부 병·의원 과잉진료 끊이지 않아

정부·보험사·시민단체 등 아우르는 민관협의기구 필요

일부선 "할인할증제 도입해 도덕적 해이 차단을" 주장도





올 초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병원들이 당국에 대거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적발된 36개 병원은 건강관리나 미용 등의 목적으로 한 시술을 치료용인 것처럼 조작해 수억원의 돈을 보험사로부터 뜯어냈다. 이들은 브로커와 짜고 실손의료금을 편취하는 수법을 동원하는 등 지능화·조직화된 모습을 보였다. 병원 홈페이지나 입구에 ‘실손의료보험 적용으로 비용 부담 제로’라는 광고문구를 버젓이 걸고 영업을 했으며 환자가 오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체크했다. 이 같은 사례는 그만큼 실손보험금 과잉청구가 만연해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크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기행위를 일부 비양심적 의사들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을 없애는 방식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름 아닌 실손보험금 과잉청구의 원인이 되는 비급여항목의 질병코드나 치료비 등을 표준화하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또 실손보험에서 보장되는 비급여항목을 심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출범하고 이를 논의할 협의체 구성까지 이뤄져야 보험금 누수는 물론 의료 업계의 도덕적 해이까지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질병일 경우 치료와 관련한 비용이나 횟수가 요양급여비용 청구자료로 단번에 파악이 가능하다. 반면 환자가 대부분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항목의 경우 치료비의 일부만 파악이 가능하며 몇 회가량 진료를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비급여항목과 관련한 일부 병·의원의 과잉진료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과잉진료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개선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 및 치료비 관련 조사를 가능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것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고지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 대표 사례다.

이 중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급여항목 관리를 위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오는 9월 내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비급여항목 심사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며 지금까지의 역할이나 관리 노하우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자동차보험의 경우 2013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치료비와 관련한 심평원 심사위탁 체계를 마련, 과잉진료를 방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개정안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별 병·의원에 비급여 의료비 현황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공개할 의무가 없어 강제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또 비급여 진료비 등이 환자에게 고지된다 하더라도 세분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제대로 비교하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심평원이 실손보험 위탁심사까지 맡아야 급증하는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비급여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의체가 없었던 만큼 민관 공동의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실손보험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는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보험 업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된다면 실손보험금 관련 과잉진료를 어느 정도 근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비급여 부문 표준화에 따른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의료계 쪽의 반발이 커 공동협의기구 출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금융당국에서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환자가 아닌 병원이 직접 하도록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 또한 보험금 심사 강화 및 의료비 통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 때문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보험료 산정 방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마찬가지로 개인별 할증 제도를 도입해 과잉진료와 관련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실제 실손보험의 갱신 주기가 3~5년가량이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보험사는 가입 후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 갱신 시 보험료를 10%가량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할인 할증 제도를 도입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애초 장기보험 모델로 출발했기 때문에 개인별 요율 산정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또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준다는 특수성 때문에 개별 보험사의 독단적 판단이 아닌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갖고 있는 실손보험금 지급 이력이나 관련 데이터 등을 공유해 할증 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 및 건강보험 체계와 맞물려 돌아가는데다 지나친 보험료 할증으로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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