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이 한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이 미흡하다며 이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와 연계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통상정책에 태클을 걸려는 시도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한국이 TPP에 가입할 때 서비스 분야의 추가 개방 등 이른바 ‘입장료’를 요구할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28일 워싱턴 외교소식통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치 위원장은 지난 2일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한국의 한미 FTA 이행이 미흡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해치 위원장은 △미국산 의약품의 가격 결정 과정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정부 기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금융정보 해외위탁 규정 등 5개 항목에서 한국의 이행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TPP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미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무역협상 관련 법(TPA)에는 미국과 맺은 기존 무역 및 투자협정의 준수 여부가 TPP 가입의 핵심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한미 FTA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향후 TPP 가입 협상 때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미 의회 내의 일부 의견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달 15일 한미 FTA가 미국 수출업자에 새로운 접근기회와 서비스산업의 확대, 한국 규제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여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했다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대한 수출이 8.4% 증가해 같은 기간 다른 나라 수출보다 두 배 늘었고 대한 자동차 수출은 14배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해치 위원장의 의견은 한미 FTA를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FTA로 평가한 미국 정부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설명했다/이경운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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