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부문 전통의 강자인 NH투자증권(005940)의 지난해 IB부문 순영업수익은 2,046억원. 전체 순영업수익(1조700억원)의 19.12%를 차지했다. 순영업수익은 증권사의 매출액을 뜻하는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뺀 것으로 각 사업부문의 수수료 수익 등을 비교할 때 주로 쓰인다. NH투자증권은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인수합병(M&A)·사모펀드(PEF)운용·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 사업부문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엔 5.87%에 그쳤지만 1년 만에 15%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국내 증권업계의 IB영업 강화는 NH투자증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에셋대우와 KB현대증권(003450)(가칭)의 출범을 계기로 국내 증권업계가 초대형사 증권사 위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하는 증권사들은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IB사업의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가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IB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IB(인수 주선·M&A·기타) 관련 수수료 수익은 2012년 1조5,688억원에서 2014년 1조8,090억원으로 15.31%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의 IB부문 실적이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5대 대형증권사의 지난해 IB 부문 순영업수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KB금융(105560)지주의 품에 안긴 현대증권의 IB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대비 177% 늘어난 1,668억원의 수익을 달성해 NH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 현대증권과 함께 국내 IB 시장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한국투자증권은 1,600억원,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는 869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증권(016360)은 전년대비 13.5% 늘어난 327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엔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등 IPO 대어들이 줄지어 있는 만큼 IB 수익 확대를 위한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해 2013년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하는 증권사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자본금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면 증권사들은 기존 면허로는 불가능했던 기업 신용 공여 와 헤지펀드 거래·집행·결제 서비스 등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할 수 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춘 곳은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삼성증권 등 5개사다.
대우증권을 품으면서 단숨에 자기자본(5조8,000억원) 기준 국내 1위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시장 공략 확대로 ‘한국형 골드만삭스’에 도전한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뉴욕현지법인의 약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지법인은 증자를 마치는 대로 자기자본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KB금융에 인수되면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부동산 PF와 KB투자증권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채권발행시장(DCM)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증권사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B본부를 2개로 나눈 후 부동산PF본부, 기업금융본부, 퇴직연금본부까지 합쳐 IB그룹으로 묶었다. 기존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IPO는 물론 각 사업본부 별로 1등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 가운데 IB사업 부문의 수익 비중이 가장 높았던 NH투자증권 역시 올 1·4분기 600억 원 이상의 순영업수익을 달성해 2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갈 방침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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