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연일 강조하며 대북제재와 압박에 집중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반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대화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 총장은 전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포럼에서도 “대북압박을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에 (북한에) 갈 기회가 상당히 무르익었는데 이루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계속 (북한과) 고위급 대화 채널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5월 개성을 방문하려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불허 통보로 무산됐지만 임기 중에 방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통일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반 총장이 방북해 단절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경우 한반도 평화 메신저로서 그의 이미지가 각인되고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금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집중해야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인도적 지원) 재개 시점과 지원 범위 등은 추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던 반 총장은 이날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전현직 외교관들과 조찬을 한 데 이어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 VIP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이날 오후4시께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제주=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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