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2~15일 러시아와 불가리아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대북(對北) 압박 외교의 고삐를 한층 강하게 당긴다. 윤 장관의 이번 방러는 취임 후 첫 방문이라는 의미 외에 최근 이란·우간다·쿠바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방문한 것에 이은 글로벌 대북 압박 외교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가리아도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윤 장관의 이번 방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장관은 12일 오후 출국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하면서 북핵 문제 공조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 5개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100일이 됐다”며 “이런 시점에 러시아와의 양국 관계와 국제 공조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를 가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1월 방한한 적이 있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을 초청해온 상태”라면서 “러시아 측에서 제기하면 심도 있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차 한러 대화 정경 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고(故) 이범진 주러시아 대한제국 특명전권공사 순국비 헌화,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 방문 등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윤 장관은 14일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한다.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의 불가리아 공식 방문은 1990년 수교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윤 장관은 15일 다니엘 미토프 불가리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윤 장관의 불가리아 방문에 대해 “불가리아 내에 북한의 ‘존재(presence)’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 (북한) 대사관도 크다”면서 “대북 공조 측면에서도 윤 장관의 이번 방문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48년 11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북한과 불가리아는 옛 소련의 영향권 아래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주불가리아 북한대사관은 발칸 지역 6개국을 겸임 주재하는 등 지역 거점 공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아울러 미토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불가리아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에너지 인프라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 증진 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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