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다음달 1일 농협금융 홍보 및 교육 법무 등 후선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후 농협금융 내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후선 부서 상당수를 통폐합하는 중앙회의 결정이 금융지주와의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되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중 임기가 남은 일부 대표의 경질설까지 확산되는 등 조직 내부의 동요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실적 부진을 이유로 다음달 1일 홍보 등 후선 조직을 개편한다는 방침을 강행하면서다.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모든 금융계열사의 홍보 조직이 금융지주로 합쳐진다. 4대 금융지주로 평가되는 농협금융의 규모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통폐합이다. 이어 연말께는 교육·법무·총무부서가 농협중앙회로 흡수되는 조직 개편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사의 특성상 후선 부서가 비금융조직으로 편입되는 것이 상식 밖의 일이어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조직에 손대는 표면적인 것은 농협금융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4·4분기 STX조선해양 관련 충당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적자전환한 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창명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면서 순이익이 급감했다. 3년 전 자율협약에 들어갔던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우려가 높고 전반적으로 조선 해운업 익스포저가 지나치게 많다.
하지만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중앙회 개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농협이 조선·해운업 여신을 떠안은 것은 지난 2004년 무렵. 당시 농협중앙회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외형 경쟁을 위해 조선·해운업 여신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협금융이 2012년 3월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엄밀히 볼 때 농협의 조선·해운업 여신은 신경 분리 이전에 이뤄진 것들이다.
농협금융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경 분리가 이뤄졌음에도 주요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농협금융의 주요 사항은 대주주인 중앙회 이사회 안건으로 결정되고 금융지주의 계열사 대표 인사 역시 명목상으로는 금융지주 회장이 결정하지만 사실상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다.
중앙회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고 금융지주로서 정체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농협금융의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태생적 숙명 때문에 커머셜한 금융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데다 농협 내에서는 어떤 자주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실제로 금융지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회에 대한 견제책과 정체성에 대한 정의가 정부 차원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