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우리나라 대기업 순환출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순환출자 구조가 공개된 후 416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6분의1 수준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발표한 대기업 주식 소유 현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 지정된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94개로 그 중 롯데가 67개나 됐다. 순환출자는 계열사의 지분이 ‘A→B→C→A’로 원을 그리면서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장악하는 방법이다. 현행법은 신규 순환출자와 상호출자(A→B→A)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롯데 외에 순환출자를 보유한 대기업은 삼성·영풍(각 7개),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4개), 현대백화점(3개), 대림·현대중공업(1개) 등 8개다.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 위반도 크게 늘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출자금은 3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 출자금 액수 기준으로 삼성, 동부, 교보생명 순으로 많이 늘렸다. 금산 분리법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출자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되 의결권을 제한한다.
삼성·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순환출자구조이면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현행법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강제할 수는 없으며 이들 회사는 대부분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총자산에 대한 자회사주식 가액의 합계가 50%를 초과해야 지주회사 규제를 받는 공정거래법 대상에 속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이들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에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는 대신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면 일반지주사의 금융계열사 보유가 가능하지만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출자가 금지되고 금융계열사가 커지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계열 전체의 건전성을 감독할 수 있다.
한편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전년보다 줄어 4.1%였지만 계열회사 지분율이 늘어 50.6%를 차지했다. 상위 10대 대기업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수 일가 지분이 1% 안팎이며 2014년 이후 3년째 0.9%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기업들의 외형이 계속 커지고 있어 총수 일가가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유상증자 등으로 따라가야 하는데 (자금 부담으로) 쉽지 않다”며 “줄어든 총수 지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열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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