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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의 첫 외도...사재 털어 '과학재단' 만든다

출연금 규모 수천억대...기초과학 지원





서경배(사진)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과학재단을 설립한다. 한국유방건강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등 그룹에서 출연해 설립한 재단은 있었지만 회사와 관계없이 서 회장 개인이 재단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출연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주식 수천억원을 기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십 년간 화장품 분야 한우물을 파면서 K뷰티를 선도하고 있는 서 회장이 첫 외도로 뷰티산업과 별 연관이 없는 기초과학을 택했다는 데, 그것도 개인 재산을 내놓는 것에 대단히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대기업 오너들의 사재 출연은 경영을 위한 ‘특수 목적’이 있거나 정권 압박에 의한 것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서 회장은 과학재단이 회사의 이익 추구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국가 발전을 위해 과학재단을 설립한다는 취지를 천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1일 서 회장과 과학계 저명 인사 등으로 구성된 발기인 7명이 창립총회를 열고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사재 출연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과학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활동을 개척하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국내 신진 과학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연구활동을 최소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이사회와 사무국·자문위원회 등 조직을 갖추고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정확한 출연 규모는 9월 초 공개된다. 재단의 터를 닦을 발기인은 분야별 연구실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선정했으며 김병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오병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권승화 EY한영 대표, 임희택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서 회장은 직접 발기인 후보 선정부터 절차 전반에 관여했다고 아모레퍼시픽 측은 전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지금껏 화장품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서 회장이지만 평소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션을 비롯한 혁신 제품 연구개발 등에 아낌없는 지원을 강조해온 그는 지난 2010년 제2연구동인 ‘미지움’을 지으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미지움은 연면적 2만6,000㎡ 규모에 총 500억원이 투입됐으며 무려 5년간의 설계 및 건축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최첨단 연구공간으로 꾸며졌다. 그의 부친인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 역시 생전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설립하면서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만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창립총회에서도 국내 과학연구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며 재단이 순수하게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가 실용연구를 중심으로 선진 과학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으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의적인 개척자가 돼야 한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어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의 자양분이자 토대가 되는 비목적성 연구 분야인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 저변 확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활동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가시적인 연구성과가 뚜렷이 확보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활동이 부족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 회장은 무엇보다 과학재단이 회사와는 별도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저희 회사에서 하는 연구를 재단에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창립총회를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아닌 시내 호텔로 잡은 것도 회사와 재단이 분리돼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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