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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 산업 위기 시작됐다...노사간 임금-고용 빅딜로 경쟁력 회복 나서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최 세미나

수출·생산·고용 모두 감소세…곳곳서 위기 징후

스페인·이탈리아 임금-고용 '빅딜' 후 차산업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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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개최한 ‘스페인·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노동부문 개혁사례 연구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자동차 수출이 4년 연속 감소하고 완성차 업체의 고용도 줄었다. 위기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완성차 업체가 발전하면 부품업체들도 임금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는데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스페인·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노동부문 개혁 사례 연구 세미나’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공장이 하나도 신설되지 못하고 있고, 수출과 생산·고용 등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각종 지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고용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인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판매대수가 전년대비 0.9% 감소했다. 1·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5%나 줄었다. 2·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0% 가량 줄고 3·4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5%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 8,000여명의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며 이날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7% 감소하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면서 “우리가 못 느끼고 있을 뿐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생산·고용 모두 감소세…한국 車 산업 곳곳서 위기 징후=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수출 대수는 각각 2011년 466만대, 2012년 317만대 이후 감소 추세다. 올 상반기 생산량은 219만5,843대로 전년대비 5.4% 감소했다. 수출은 133만8,590대로 13.3%나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공장 신설이 끊기면서 생산능력이 470만대 수준에서 정체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직접 고용인원은 2010년 9만1,277명에서 2014년 8만5,436명으로 6.4%가량 줄었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업계의 상황도 어렵다. 완성차 생산 감소로 인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올 상반기에 전년대비 6.1%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은 경직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지속되면서 저효율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완성차 노조가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현행 근로조건 유지 등 기득권 강화에 집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임금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지난해 12.0%로 7~8% 수준인 미국·일본·독일 업체들에 비해 높다.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근무연수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로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라인별·공장별로 근로자를 전환배치하기도 어렵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한 해고요건 등으로 인해 노동유연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임금 간 빅딜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 회복해야=이날 세미나에서는 한때 자동차 강국으로 불렸지만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이 쇠락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례가 발표됐다. 유로존 내 경제 취약국을 지칭하는 ‘PIGS’에 속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임금이 비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고용유연성이 확보된 동유럽 등 다른 국가로 공장을 옮기면서 2003년 303만대이던 스페인 자동차 생산량은 2012년 198만대까지 떨어졌고 이탈리아는 2001년 158만대에서 2013년 66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0년을 전후로 경제위기에 처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노동시장 개혁에 나섰다. 스페인은 전년대비 3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면 경제적 사유로 인한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고 직무 배정, 지리적 배치, 근무조건 등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했다. 이탈리아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개념인 ‘준정규직’을 도입하고 기간제·파견근로 사유 명시의무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이 같은 노동시장 개혁은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구조조정으로 공장 폐쇄 직전까지 갔던 르노자동차의 스페인공장은 노사가 2009년 ‘고용-임금’ 빅딜을 시행하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노조는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동결, 초과근무수당 양보, 탄력적 근로시간 운영에 동의했다. 빅딜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스페인 자동차 생산대수는 2009년 217만대에서 지난해 265만대까지 회복했다.

이탈리아 피아트도 후진적 노동시장 구조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대표적 사례다. 잦은 노사분규와 고임금 구조를 피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피아트의 자국 내 생산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8%까지 떨어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노사가 2011년 임금인상 제한, 전환배치 허용 등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인상을 양보하는 빅딜을 체결하면서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김용근 회장은 “국내 주력 완성차 업체마저 국내 생산물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물량을 늘리는 것은 노사관계의 부담이 제일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유지와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노사관계를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선진국 노사관계를 참고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노사가 ‘고용’과 ‘임금’ 간의 빅딜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향후 3~4년 간 총액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3~4년 단위의 중장기형 임금협약 체결, 생산성을 반영한 성과형 임금체계 강화, 고용유연성 확대 등 글로벌 스탠더드화돼 있는 사항들을 조속히 수용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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