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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용등급 강등' 한파 온다

이달에만 11개사 줄줄이 하향

신용평가사들의 연초 정기 신용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인 연말부터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에다 2% 초반대의 저성장, 미국 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발(發) 보호무역에 이르기까지 대내외 악재가 겹칠 것으로 보여 한계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의 재무적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3대 신평사는 이미 적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로 모니터링을 예고해 내년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12월 한 달 동안 신용평가 3사에서 11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일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강등된 것을 시작으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나란히 ‘BBB’ ‘BBB-’로 한 단계씩 내려갔다. 특히 지난주에는 CJ CGV(079160), GS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신용도가 AA급으로 우량한 기업들도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졌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려가거나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기업도 9곳이다. 이 중 카카오(035720)(신용등급 ‘AA-’)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신평사들이 기업들의 신용평가 요소를 재점검하며 신용등급과 전망을 조정하지만 올해 말은 내년 경기둔화와 시중금리 상승 우려가 미리 반영되면서 예년보다 다소 늘어났다. 신용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 시작하는 기업의 정기 신용평가를 앞두고 기업 신용도 관련 요소를 한 번 더 점검하는 과정에서 등급 조정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분석대상 33개 업종 중 내년 신용도 긍정적 ‘전선’ 단 1개”

연말 추가 관찰대상 예고 기업도 적잖아- 강등 벼랑 끝에

금리상승&경기부진&트럼프발 보호무역에 신용 리스크

12월 들어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한 기업들은 올 한해 업종 혹은 그룹과 관련해 신용도의 불안요소들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나란히 저유가와 여객수요 증가로 영업실적이 호전됐음에도 재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점이 문제였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17.3%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은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1조4,837억원(9월 말 기준)이다. 포스코에너지를 비롯한 민자발전사들도 전력수요 증가율은 예상보다 낮지만 수요를 웃도는 수준으로 발전설비가 공급되면서 전력량요금 마진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2~3년간 과중한 재무부담에 시달려온 두산그룹 계열사 중 대표적인 경우다.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기대에 못 미쳤다.

공격적 사업확장이 재무부담을 키워 신용도가 손상된 경우도 있다. CJ CGV는 터키의 최대사업자 MARS를 인수하면서 총차입금이 올 9월 말 현재 1조522억원으로 급증했다. 카카오 역시 공격적 사업 다각화가 수익성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해 순차입금이 3,439억원에 달한다.



내년에도 기업신용등급에 매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과 수익성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성장성은 업황 부진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 33.9%에 달한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담보대출 비중이 늘고 우량등급 위주로만 대출이 발생하는 것도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이다.

이미 신평사들은 다수 기업을 추가 관찰 대상(워치리스트)에 올려놓은 상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047810), 롯데케미칼(011170), 한화토탈, 여천NCC, 파르나스호텔, 두산건설, 쌍용양회, SK E&S 등이 신용도 관련 면밀한 추가 모니터링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신용도 관련 재무지표가 등급 하향 요인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도와 관련한 의문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면밀한 모니터링을 요구함에 따라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살펴보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라며 “이 경우 정기평가 혹은 수시평가 과정에서 등급 조정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필 NICE신평 평가기준실장은 “내년 국내 산업의 신용도 분석 결과 하향요인이 상승요인보다 많고 신용도가 올해보다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산업은 없다”고 밝혔다. NICE신평은 분석 대상 업종 33개 가운데 전선 1곳만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실장은 내년 기업 신용평가의 변수로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기회복에 따른 미국 금리 인상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 실업 및 가계부채 이슈 등에 따른 성장기반 약화 △중국 환경 변화에 따른 제반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다만 해운과 조선을 비롯한 구조조정 대상 업종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신용등급 강등이 워낙 많아 내년에는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은 기저효과로 다소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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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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