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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계절...방황하는 '돈'] 개미 "불확실성 싫다...지켜보자"...'외인·기관만의 증시' 이어질듯

<얼어붙은 개인 투자>

코스피 상승장에도 신용융자잔액 7조대에 머물러

역대 대선서도 증시 주변자금 선거일로 갈수록 줄어

대선 한달여 앞둬 급격한 개인 자금 유입은 힘들듯





‘돈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정치는 불확실성을 키운다.’ ‘돈의 흐름은 정치를 따르지 않는다.’

탄핵에 이은 대선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정치 일정과 달리 시중에 풀린 돈은 눈치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하루가 무섭게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6년 만에 박스권 상단(2,228.96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자금도 국내 증시로 유입돼야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외국인과 기관, 그들만의 시장이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도 하락도 모두 그들의 몫일 뿐이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외국인이 5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지만 자금의 성격상 주로 대형주 투자에 집중돼 있다”며 “코스피가 대세 상승 국면으로 가기 위해선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개인의 자금 유입이 필수지만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개인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시장은 정치에 거리를 두려 한다. 대선후보들 간 정책 검증 과정을 지켜보고 가자는 심리가 선거판 주식투자의 심리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투자자들의 성향은 통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16·17·18대) 직전 6개월간 증시 자금(고객예탁금·신용융자잔액·머니마켓펀드)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들 자금은 줄거나 정체됐다. 고객예탁금은 16대 대선이 있던 지난 2002년 7월 말 9조3,494억원에서 같은 해 12월18일 8조1,406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고 17대 대선(2007년) 때는 13조5,559억원에서 9조87억원으로 33.54%나 급감했다. 지난 대선(2012년)에서는 7월 말 16조2,751억원에서 같은 해 12월18일 17조2,332억으로 1조원 늘었지만 전체적인 자금 추이는 감소세였다. 고객예탁금은 개인투자자의 증시 대기자금이다. 앞으로 증시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고객예탁금은 늘지만 반대인 경우 정체되거나 감소한다. 돈의 흐름은 정치를 따르지 않은 셈이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이달 들어서도 23일까지 고객예탁금 평균 잔액은 21조8,8901억원으로 5개월째 2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신용융자잔액도 별반 다르지 않다. 16대 대선 직전일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잔액은 2,205억원으로 5개월 전(2,718억원)보다 줄었고 17대 대선에서도 5조5,717억원에서 4조4,646억원으로 감소했다. 18대 대선 때도 3조9,301억원에서 3조8,80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신용융자잔액은 이달 들어서도 7조원 초반대에서 멈춰 있다. 반면 1년 미만의 단기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대선 국면에서도 감소 폭이 고객예탁금이나 신용융자잔액에 비해 크지 않았다. MMF는 만기 6개월 이내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이내 우량채권 등이 투자하는 초단기 실적 배당상품이다.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고 하루 만에 되찾아도 환매수수료가 없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고객예탁금·신용융자잔액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역대 대선 당시 증시 주변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돈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최근 지수 상승이 시장 펀더멘털보다 외국인의 자금 유입과 같은 수급 측면에서 벌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에 올 대선에서 갑자기 개인의 투자심리가 회복돼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아직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글로벌 자금도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피하려 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선진국 상장지수펀드(ETF)에 1,310억달러가 유입될 정도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아시아는 58억달러가 유출됐다. 물론 중국 등의 자금 유출이 많은 편이지만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글로벌 자금은 아직 안정적인 채권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은 선진국이 706억달러, 신흥국이 164억달러 자금이 유입됐다. 개인뿐 아니라 글로벌 자금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외국인들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단기채를 대거 매집하고 있다. 올 3월의 경우 외국인이 순매수한 채권 중 90% 가까이가 2년 이하 단기채였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쓸어담고 있는 외국인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원화의 달러 대비 상승률은 6.9%로 다른 신흥국들보다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는 0.9% 올랐고 대만달러는 5.7%, 인도 루피는 3.5%, 태국 밧화는 3.5%, 브라질 헤알화는 4.5% 상승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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