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첫 공개되며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엘르>. 욕망을 가장 잘다루는 거장인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이자 독보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주연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지만 충격적인 소재와 캐릭터, 매 장면 관객의 예측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가 연일 논란과 화제를 일으켰다. 이어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등 2관왕을 차지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엘르>가 니콜 키드먼, 줄리안 무어, 샤론 스톤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고사한 작품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져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엘르>는 <원초적 본능> 등을 발표해온 폴 버호벤 감독이 본디 할리우드에서 작업하고자 했던 작품으로, 캐스팅 단계에서 자연스레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애초 폴 버호벤과 제작진이 최우선으로 생각한 여배우는 니콜 키드먼. 하지만 그녀뿐 아니라 마리옹 꼬띠아르, 샤를리즈 테론, 줄리안 무어, 제니퍼 제이슨 리, 다이안 레인 등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에 이어 <원초적 본능>의 주연 배우인 샤론 스톤마저 끝내 <엘르>를 고사했다.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끔찍한 사건을 겪고, 스스로 범인을 찾아 움직이며 냉혹하고 우아한 복수를 펼치는 ‘역대급’ 미셸의 캐릭터가 쟁쟁한 여배우들에게조차 큰 부담을 주었던 것. 결국 할리우드에서 적합한 여배우를 캐스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폴 버호벤 감독은 프랑스로 방향을 돌렸고 이자벨 위페르를 만나 완벽한 호흡을 펼치며 함께 걸작을 탄생시켰다. 후에 <엘르>의 원작을 집필한 소설가 필립 지앙이 “[오…]를 쓰면서 이자벨 위페르를 떠올렸다.”고 밝혔으며 원래 그와 친분이 있던 이자벨 위페르 역시 이를 알고 <엘르>의 영화화 단계에 깊은 관심이 있었음을 고려해보면, <엘르>가 진정한 주인공에게 돌아간 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유명 여배우들이 고사할 만큼 영화 역사상 획기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미셸에 대해 이자벨 위페르는 인터뷰를 통해 “나도 미셸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이해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연기를 하는 방식”이라고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함으로써 특정한 틀에 갖히기를 경계하는 것이 배우로서 가진 연기관이라고 설명한 것. 이는 영화가 틀에 갇히는 것을 지양한 폴 버호벤 감독의 연출 의도와도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이렇듯 계산적인 연기 대신 본능적인 연기를 펼치는 이자벨 위페르에게 폴 버호벤 감독은 12주에 걸친 촬영 기간 동안 그녀에게 어떤 디렉팅도 하지 않으며 완벽한 신뢰를 표현했다. 심지어 촬영 전 미셸의 캐릭터 분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낸 영화 <엘르>는 두 거장의 본능으로 만들어져 더욱 완벽한 걸작이 탄생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이자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한 영화 <엘르>는 6월 15일 개봉, 극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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