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코스피 박스권’이라는 말은 찾기 힘들어졌다. 몇 개월 전 우리의 현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 주가가 최고점을 넘게 되면 크게 세 가지가 변화한다. 매물벽, 자금의 방향성과 투자심리다
먼저 매물벽을 보자.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것은 과거 그 주가대에서 매수했던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즉 2,300포인트대에는 그동안 주가가 빠져 원금이 될 때까지 환매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사람이 아예 없다. 최소 인덱스펀드를 기준으로는 모든 투자자가 플러스 수익률이다. 매물벽이 없는 증시는 발목을 잡을 수급 악재의 영향이 그만큼 적다.
두 번째는 자금의 방향성이다. 주가가 이전 고점 수준에 다다르면 많은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더 오르게 되면 또 다른 매수 타이밍을 조율한다. 여전히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지속되고 증시가 2,500을 향해 가는 지금도 지속적인 순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2월 말을 저점으로 환매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투자금액 수준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6개월 전 월간 7,000억원대에 불과하던 펀드 매수자금이 5월 한 달간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늘어났다. 한 달 반짝한 것이 아니라 최근 5개월간 지속적으로 유입 자금이 늘고 있다. 코스피가 2,100 근처였을 때 증시의 하락 방향에 투자하는 ‘리버스펀드’의 잔액이 급증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오히려 증시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레버리지펀드’의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심리 변화가 아직 전체적으로 확산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국내 주식형 펀드나 레버리지펀드의 매수 자금 크기가 여전히 과거 대비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면 아직 시장은 더 갈 수 있는 분위기이고 시장 참여자들도 과도한 투자 흥분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더 오른다’고 확신할 때 시장은 버블을 형성한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시점은 항상 늦었다. 이제 곧 2·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매년 연초에 기대했던 기업이익이 감액돼 ‘어닝쇼크’를 달고 살았던 한국 시장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기업이익이 꺾이지 않는 한 지수의 큰 방향성도 꺾이지 않는다. 모든 투자자들이 금융사 창구에 “주식형 펀드 좀 사고 싶은데”라고 문의하기 전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신문지상에 건설사 광고가 수도 없이 자리를 메우는 활황의 시절 1년 뒤쯤에는 어느 건설사의 부도 소식도 함께 들려왔음을 잊지 말자.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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