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시장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 오픈마켓과 맞서겠다고 벼르던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이젠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국내 토종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최저가’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계획된 적자’를 감내하고라도 매출 증가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같은 전략이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변화, 시장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나 홀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위메프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봤다.
지난 2010년 무렵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낯선 단어 하나가 등장했다. 지금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소셜커머스’가 그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를 일컫는 소셜커머스는 당시만 해도 꽤 혁명적인 플랫폼이었다. 일단 특정 상품을 기존 가격보다 많게는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일정 수 이상의 구매희망자가 모여야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많게는 1,000명 가까운 구매자가 모여야 하는 상품도 있었다). 그러나 곧 사람 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열광한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소셜커머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토종 업체 ‘쿠팡’, 티켓몬스터(현 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현 위메프)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1세대 업체 ‘그루폰’ 등 많은 플랫폼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게 된 이유였다.
패러다임 변화를 꾀해온 소셜커머스
초창기 ‘가격’ 위주 경쟁이 전개됐던 소셜커머스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큐레이션’ 경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졌던 당시가 소셜커머스의 ‘최고 전성기’였다고 평가한다. 하연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소셜커머스의 가격경쟁은 시장 내 치킨게임을 부추겼습니다. 출혈이 심해지자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 패러다임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큐레이션’이었습니다. 가격이 아닌,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에 나선 거였죠. 경쟁사가 선보이지 않은 참신한 시도를 하는 것이 업체들의 당면 목표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들어 주었고요.”실제로 당시 주요 3사 소속 상품기획 전담 머천다이저(MD) 팀은 매일 자정 무렵 ‘심야 회의’를 해야 했다. 자정에 등록된 경쟁사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확인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까진 소셜커머스 업계에 건강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업계에 불황이 닥쳐왔다. 그 때 소셜커머스가 돌파구로 찾은 건 오픈마켓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업체들은 소셜커머스의 핵심 콘텐츠였던 이른바 ‘지역 기반 딜(Deal)’을 줄이고 오픈마켓처럼 제품 판매와 배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같은 소셜커머스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변화에 따른 유연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소셜커머스 업계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견고한 기존 오픈마켓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시도한 차별화 전략이 성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최저가’, ‘총알 배송’, ‘홍보마케팅 강화’ 같은 돈이 많이 드는 시도가 소셜커머스 업계의 ‘자본잠식’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지금껏 해왔던 전략을 끝까지 고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언가 변화를 찾았다는 기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영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한다. “일종의 성장통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오픈마켓으로 도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그래서 감내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거죠. 소셜커머스 업계에선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말합니다. 또 주요 3사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벤처캐피탈(VC), 모회사, 혹은 최대 주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어요. 실제로도 투자를 받아 쌓아놓은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금의 적자에는 괘념치 않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소셜커머스 시장을 오픈마켓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그들이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다시 말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경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적자와는 상관없이 우선 거래량을 늘리고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봅니다.”
유통시장은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소셜커머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위메프에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꽤 핵심적이다. 무리한 시도보단 ‘최저가’라는 키워드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으로의 진화를 노리는 경쟁사와 달리, 위메프는 오픈마켓을 지향하되, ‘소셜커머스’의 본질은 오히려 더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문제로 부침이 심했던 경쟁사와는 달리, 별다른 잡음 없이 사업이 순항을 하고 있다.
위메프의 최저가 전략
위메프는 매달 ‘위메프 OO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6월 6일 하루 동안 진행된 ‘위메프 66데이’에선 매 시 정각마다 특정 상품을 66원, 666원, 1666원, 2666원, 6666원 등에 판매했다. 판매 상품은 눈을 의심케 한다. 제주도 렌트카 상품권, 뮤지컬 관람권, 최고급 화장품을 비롯해 심지어 세탁기까지 당시 판매 리스트에 포함됐다.
소비자들에겐 굉장히 매력적인 행사지만 위메프, 그리고 상품을 제공하는 파트너사에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언뜻 봐도 기존 상품 판매가보다 최대 70~80%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메프 측은 이에 대해 크게 무리가 없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위메프의 최저가 전략은 거래처와의 상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민호기 위메프 홍보팀장은 말한다. “지난해 위메프는 위탁사업본부, 직매입사업본부, 플랫폼사업본부 핵심 3개 본부를 일종의 ‘셀’ 형태의 독립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이를 통해 독립성과 유연성,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냈죠. 그 결과 자연스럽게 거래처와의 협력도 강화됐습니다. 각 부서의 MD들이 파트너사 관계자들과 자주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파트너사들도 위메프의 최저가 전략을 이해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줬습니다.”
이처럼 많은 파트너사들은 위메프의 최저가 전략에 동조하고 있다. 최저가 전략이 고객들에게 먹힌다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위메프 사이트(PC+모바일)의 방문자 수는 약 1,160만 명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위메프는 지난 1분기 온라인 오픈마켓 방문자 순위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월 온라인과 모바일 트래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저가 전략에 기반한 다양한 행사와 기획전으로 소비자들을 더욱 끌어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위메프의 최저가 전략을 바라보는 파트너사의 입장은 어떨까?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은, 대기업에 비해 유통 창구를 찾기 어려운 중소상공인에겐 그나마 접근이 쉬운 플랫폼이다. 그런 까닭에 ‘갑질 논란’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최근까지도 주요 온라인 마켓에선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초상권 침해 같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저가도 이런 갑질 논란의 요소 중 하나였다. 대형 오픈마켓과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해 ‘단가 후려치기’에 나서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과 피해가 고스란히 마켓과 상품 공급자 사이에 낀 중소상인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위메프도 이 같은 논란에서 비껴갈 수 없었다. 지난 2015년에는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직접 국정감사에 참석해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당시 위메프는 파트너사 간 논란 외에도 이른바 ‘채용 갑질’로 이중고를 겪었다).
그 후 위메프는 파트너사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더 관계 회복에 공을 기울였다. 매달 위메프 MD와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소통하는 ‘위메프 MD 상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파트너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상품 카테고리를 재구성하고 특가 기획전도 열었다.
최근 특가데이 행사에 참여한 패션의류업체 제이엠어패럴의 임재필 대표는 말한다. “위메프는 다른 마켓과 조금 달랐습니다. 그저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라, 함께 매출 증대를 고민하는 파트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담당 MD가 직접 ‘위메프+제이엠어패럴’만의 콘셉트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정말 신선했어요. 그 외에도 시간대 별 방문고객을 분석해 적절한 타이밍에 저희 제품을 판매하는 딜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든든한 파트너십 덕분에 저희도 매출 신장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죠.”
실제로 제이엠어패럴은 위메프와 손잡은 지난해 12월 이후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대비 5월 매출이 무려 1,600% 이상 성장했다. 지난 5월 진행된 ‘위메프 55데이’ 행사 당일에선 약 1만 3,000여 벌의 옷을 판매해 총 7,600 여 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제이엠어패럴 외에도 한 달 매출 1억 원 이상인 파트너사가 500여 개에 육박한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정체성은 유지
위메프의 성장을 ‘최저가 전략’의 힘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위메프 직매입 배송 서비스인 ‘원더배송’도 중요한 성공 전략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른바 ‘로켓배송’으로 돌풍을 일으킨 쿠팡의 ‘쿠팡맨’ 배송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업계에선 때 아닌 ‘배송전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쿠팡맨 부당 처우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의식한 쿠팡 측은 궁여지책으로 쿠팡맨 배송업무량 축소 등을 약속하며 ‘쿠팡맨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위메프는 쿠팡맨 사태로 배송전쟁이 다소 잠잠해지는 국면에서 오히려 ‘무료배송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가격 제한을 풀어 1만 원 미만의 상품도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약 9,000여 개에 이르는 원더배송 상품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사실상 위메프 직매입 제품의 배송료는 ‘0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배송의 질도 한층 높아졌다. 위메프에 따르면 원더배송의 빠른 배송 혜택인 ‘내일도착’ 서비스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96%의 달성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존 위메프 물류센터의 안정된 운영과 위탁 물류배송업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성규 위메프 물류사업 부장은 “높은 물류 안정성과 우수한 택배 서비스의 조합으로 배송 품질을 지속적으로 올려 나가고 있다”며 “배송의 질을 더욱 높임과 동시에 무료배송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배송비 부담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세탁이나 세차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 분야에선 지역 기반 상품도 내놓고 있다. 대다수 업체들이 지역 기반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는 상황에서 위메프는 오히려 확대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오픈마켓으로서의 진화는 계속 시도하되, ‘소셜커머스’라는 정체성의 본질은 지키겠다는 위메프의 사업 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시장이 열린 이후 단 한 순간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시장이 여물지 않았던 탓, 혹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는 탓도 있었을 것이다. 위메프가 ‘소리없는 강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다사다난한 업계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본질’을 지켜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변화무쌍한 시장 환경 속에서 위메프의 전략은 과연 성공의 길을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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