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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루시드폴, "가장 소중한 세 가지…가족, 음악, 그리고 '지금'"

귤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또 이를 위해 정성껏 땅을 돌보는 일련의 농사 과정처럼 루시드폴의 음악 역시 일정한 주기로 순환한다. 차이가 있다면 농사가 1년 주기의 흐름인데 반해 루시드폴의 앨범은 2년 주기라는 것 뿐, 농부와 가수로서의 그의 가치관은 한 줄기로 흐른다.

/사진=안테나




“자연만큼 정직하고 냉정한 것이 없어요”라고 농사에 대해 설명한 것처럼, 루시드폴의 음악에는 인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투박함과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많은 팬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삶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도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공감에 있을지 모른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방송인 이상민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삶이 가장 바닥에 떨어져 고통 받았을 때, 루시드폴의 ‘난 사람이었네’를 듣고 용기를 낼 수 있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방송 다음날 아침에 후배가 이상민씨가 나온 방송에 대한 링크를 보내주더라고요. TV 자체를 잘 보지 않는데, 예전에 어쩌다가 ‘아는 형님’을 보고 정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던 기억이 있어요. 저 역시 이상민씨를 좋아하는데, 그런 분께서 제 노래에 위로를 얻었다고 해주셔서 저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죠. 하지만 곡 작업을 할 때마다 누군가 이 곡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목적을 두고 쓰지는 않아요.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라고 집착하면서 곡을 만들면 제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나는 최선을 다했고, 다음에는 또 뭘 하지라는 생각하는 거기까지면 충분할 것 같아요”

/사진=안테나


그렇다면 스스로가 평가하는 루시드폴이라는 가수는 어떤 느낌일까. 그는 자연 그대로의 울림처럼, 음악 역시 인위를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에 흐름을 맡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음악도 있고 거친 음악도 있고 음악의 종류는 다양해요. 굳이 카테고리를 짓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라는 사람의 취향은 귀를 덜 힘들게 하는 음악에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분들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면, 저는 최대한 울림 그대로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어요. 그리고 제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소리들이 최대한 조화롭게 들렸으면 좋겠어요. 실제 자연의 소리는 귀를 거슬리게 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빗소리가 아무리 거세도 그 소리가 거슬리지는 않아요. 제 음악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3가지를 꼽아달라는 이야기에 가족, 음악,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을 선택한 루시드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들에 굉장히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귤 나무 한 그루부터 사람까지 모든 생명들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농부 역시 계속 자기가 원하는 결실을 얻기 위해서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힘든 과정을 보내요. 하지만 농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천재적인 감각으로 순간적인 영감을 써내려가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계속 일상과 함께 음악 생활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삶의 모습 같아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고로움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한 대담한 선택을 통해 루시드폴은 가장 루시드폴다운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립해 나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가요계에서 루시드폴의 행보는 비록 더딜지라도, 이 앨범 한 장에 담긴 가치만큼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네 번째 앨범 ‘레미제라블’은 전업뮤지션으로 처음 낸 앨범이고, 여섯 번째 앨범 ‘꽃은 말이 없다’는 프로듀서로서의 첫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엔지니어로서의 첫 시작이에요. 내 목소리가 어떻게 생겼나를 알고 싶었고, 그 마음으로 계속 마이크도 바꿔보고 문제들을 찾아나가면서 작업을 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이번 기회로 많은 걸 알게 되었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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