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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도시어부③] 장시원 PD “그냥 찍고 있으니 그냥 봐주세요”(인터뷰)

/사진=채널A




낚시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낚시를 주제로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성공했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장시원 PD의 이야기다.

‘도시어부’는 자타공인 연예계를 대표하는 낚시꾼들이 자신들만의 황금어장으로 떠나 낚시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 55년 낚시 경력의 이덕화를 중심으로 이경규 30년, 마이크로닷 18년까지. 출연자들의 낚시 경력만 합해도 100년이 넘는다.

지난 14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는 4.10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4.061%를 나타낸 것에 이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첫 걸음은 어땠을까. 의외로(?) 사소한 데서 시작됐다.

“작년 12월에 기획을 했다. 방송에 대해 질렸던 것 같다. 멍 때리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낚시 채널을 보게 됐는데 그냥 좋더라. 아저씨가 고기를 못 잡으니까 잡을 때까지만 보자 싶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클라이맥스를 보고 싶지 않나. 결국 고기를 잡으니까 좋더라. 그게 계기였다. 낚시를 해본 적도, 관심도 없었는데 방송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보는 것이었다면 그 다음은 직접 해보는 것. 장 PD는 후배를 데리고 직접 포항에 내려가 고등어 낚시를 했다. 똑같이 채비를 했는데도 후배가 더 잘 잡으니까 ‘울컥’하면서 승부욕이 생기더라고. 여기서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번뜩인 것이었다. 낚시 문외한인 저도 이런데 잘하는 사람들끼리 붙으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낚시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하고 유명한 분들을 섭외하게 됐다. 우리 촬영이 새벽 4시에 시작해서 밤 11시에 끝난다. 그렇게 이틀 촬영을 하는데 모두들 제때 일어나서 준비한다. 심지어 덕화 선생님은 4시 약속이면 3시 반에 나와 계신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못 한다.”

장 PD는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으로 ‘출연자들의 진심’을 꼽았다. 편집으로도 어떻게 가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출연자들의 표정인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시청자들도 다 안다고. 장 PD는 그런 즐기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와 닿았고, 리얼함을 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사람 모두 이 프로그램이 잘되기를 PD보다 더 원한다. 감동적이다.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지지 않았을까. 경구 선배님에게는 밤마다 메시지가 온다. 다음 녹화 아이템을 말씀하시는 건데, 여자친구랑도 이렇게는 연락 안 한다(웃음).”

/사진=채널A




프로그램이 잘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현재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넘어 채널A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것일까. 장 PD에게 시청률은 하나의 지표일 뿐,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누가 저에게 무슨 프로그램 하냐고 물어볼 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도시어부’라는 이름으로 설명이 끝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헌데 그 소망은 시청률이라는 숫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지도와 화제성 등 모든 게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저번에 제주 촬영을 갔을 때의 일이다. 실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쇼미더머니’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래퍼와 마침 공항에서 마주쳤다. 그런데 4-50대 아저씨들이 그 래퍼는 몰라도 마이크로닷은 알아봤다. 달려와서 인증샷도 찍으시더라.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저는 전세대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시청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5%대가 나왔다가 다음에 4%대가 나왔을 때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건 낚시에도 적용된다. 만약 큰 고기를 잡다가 작은 고기를 잡으면 실망감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장 PD는 “최대한 이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계산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기로 한 거다.

“여수 편에서 덕화 선생님이 그러신다. ‘낚시 왜 하냐고? 그냥 한다’고. 경규 선배님이 그러시더라. 자기가 아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1편부터 계속 다 보는데 왜 보냐고 물으니 그냥 본다고고. 저도 그렇다. 그냥 만드는 거다. 하나하나 분석하는 게 헛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는 거고, 그냥 보는 거고. 그런 마음으로 해야 보는 분들도 편하지 않을까”

‘그냥 찍는다’고 말은 하지만, 어찌 촬영이 그냥으로 될 수 있을까. 사실 장 PD는 인터뷰를 하는 당일에도 그날 방송분을 준비하느라 바쁜 몸이었다. 바다에 나가서는 더 고생한다. 처음에는 제작진들이 멀미하고 토하는 것에 ‘어떡하냐’고 했는데 이제는 다들 놔둘 정도란다. 매일 밤 새다가 배 타서 토하고, 그러다 다시 카메라를 잡고. 장 PD는 “큰일이 아니다”며 웃었다.

“고충이 많지만 그걸 다 말할 순 없다.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나. 사실 촬영 나갈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한다. 대여섯 시간 고기도 안 잡히는데 촬영하다 보면 ‘이거 내가 왜 했지’ 싶은 거다. 그런데 좋아해 주시니까 그런 얘기 못한다.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도 ‘운빨’이 있어야 성공한다. 저는 그저 ‘도시어부’가 반응이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도시어부’는 당초 시즌제로 기획됐다. 아직 한 시즌에 몇 회를 방영할지, 이번 시즌을 언제 끝낼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계획한 바는 그렇단다. 또 현재 고정출연자가 3명인데 멤버를 늘리는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혹시 그 사람이 이태곤이냐는 질문엔 “고려중”이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을 물었다.

“큰 기대도, 실망도 마시고 그냥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면서 그냥 하는 게 많다. 문득 그런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친구에게 전화를 해도 때로는 그냥 전화했다고 하는 게 더 감동적이라고. ‘도시어부’가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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