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인상된 가운데 재계는 경영 압박을 이유로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만 포함되고 상여금과 식비·복리후생비 등은 빠져 있다. 지난 6일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연 토론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을 넣는 개선방안 등이 나왔다. 상여금 포함 찬성 쪽은 비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의 인건비 폭증이 불가피하고 상여금·성과급 등이 많은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키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상여금이 포함되면 그만큼 실질임금이 깎여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상쇄될 뿐 아니라 최저임금법령상 통상임금에 맞춰 상여금을 포함해야 할 어떤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상여금이 문제다. 통상임금에 관해서가 아니다. 오는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가 있고부터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상여금이 문제가 돼왔다. 처음에는 사용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주장하더니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고, 최저임금위가 검토한다더니 지난 6일 토론회에서 상여금을 포함하는 안까지 발표했다.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이달 7일 중소기업 협·단체장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 상여금 등을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응답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점점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분명히 올해 7월 노·사·공익 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상여금을 제외하고 2018년 최저시급으로 7,530원을 정한 것임에도 세상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이었다.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해당 사유에 따라 산정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법(제6조 제4항 제1호)에서 정한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이라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시행규칙에 따라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임금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최저임금법시행규칙)했다.
바로 이같이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도록 한 법령상 기준을 전제로 우리나라는 매년 최저임금액을 정해 시행해왔던 것이다. 200%든, 800%든 얼마를 지급 받든지 매월 지급 받지 않는 상여금을 제외하고 올해 6,470원이었고 지난 촛불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현행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이다. 상여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개정해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을 결정했다. 이같이 최저임금법령에 따라 정해진 시급 7,530원의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에게 2018년 최저의 임금 수준으로 보장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에 관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장된 노동자의 최저임금 권리인데 그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킨다면 임금은 지급 받는 상여금만큼 삭감당하게 된다. 이미 내년 1월1일부터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고 최저시급 7,530원을 받을 권리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인데 이러한 권리를 삭감하는 것으로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최저임금법을 통해 노동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 수준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자 마련한 최저임금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장된 권리를 빼앗겠다고 상여금 포함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게 됐으니 최저임금에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법은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령에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령에서 각기 규정하고 통상임금이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고 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과 달리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관해서는 최저임금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정해놓았다.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나라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통상임금에 맞춰 최저임금의 범위를 정해야 하는 법은 없고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국제 노동규범도 없다. 그럼에도 시급 7,530원의 최저임금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최저임금제도인 양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로 보장된 최저임금 권리를 빼앗는 것인 한 그것은 최저임금 권리를 삭감해 이득을 챙기려는 사용자의 욕심이거나 혹은 노동법의 형식적 정합성에 대한 학자의 관심일 뿐이지 결코 노동자의 ‘임금의 최저 수준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을 위한 최저임금제의 목적(최저임금법 제1조)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하는 법은 없다.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법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법령을 개정해 상여금을 포함하고자 한다면 이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권리를 빼앗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근로의 권리로 최저임금제도를 헌법 제32조에 규정한 취지에 반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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