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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혁신 기술인 이유

안병민의 ‘경영 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비트코인 열풍이 논란을 빚고 있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은 블록체인에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脫)중앙화’다. 사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와 팔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를 중앙관리자 없이 매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술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아빠, 이번 생일에는 선물로 1비트코인만 주세요.” “1,890만 원? 세상에, 2,130만 원은 큰돈이란다. 대체 1,740만 원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니?”

최근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어느 부자 간의 대화입니다. 제한폭 없이 분초 단위로 가격이 출렁이는 비트코인의 속성을 잘 드러낸 표현입니다. 이런 광풍에 너도 나도 대박의 꿈을 안고 비트 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합니다.

말 그대로 비트코인이 대세입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던 워너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기반의 분산데이터베이스에 의해 거래가 이뤄집니다. P2P 네트워크는 일 대 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용자가 거미줄처럼 서로 물고 물린 네트워크를 일컫습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겁니다.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소리바다’ 서비스가 바로 P2P의 대표적 서비스입니다. 특정 중앙서버로부터 음악을 다운 받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끼리 각자 갖고 있던 음악을 주고 받는 겁니다. 비트코인도 그런 식입니다.

이런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으니 너도 나도 비트코인으로 달려듭니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 금을 캐러 달려가는 형상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 끝을 보는 격입니다. 중요한 건 암호화폐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입니다.

요컨대 이런 겁니다. 우리가 땅을 사고 팔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등기소입니다. 서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거래를 보증해주는 제 3의 공공기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등기소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의 땅 거래 계약서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전부 나눠주는 게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사본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원본을 나눠주는 겁니다. 물론 물리적 현실공간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것들이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신력을 가진 제 3자의 보증이 필요가 없어집니다. 거래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모든 사람들이 해당 거래의 존재 여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집권적인 제3의 존재가 해당 거래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해당 거래를 인증하게 되는 메커니즘입니다. 그래서 ‘분산장부 기술’은 블록체인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증해주는 시스템이니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이 올라갑니다. 증권 거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각 개인의 주식거래에는 증권회사, 증권거래소, 예탁결제원 같은 중앙집권형 기업이나 기관들이 필수적으로 끼어듭니다. 거래의 공식적인 인증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진 주식을 팔고 그 돈이 내 계좌로 입금되는 데 무려 2박 3일이 걸립니다. 인증기관들이 해당 거래의 신뢰를 보증하기 위한 확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 과정 자체가 복잡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 메커니즘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내 계좌에 삼성전자 주식 원본을 갖고 있다가 그걸 실시간으로 구매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거래가 종결됩니다. 거래가 매우 단순해집니다. 2박 3일 걸리던 거래가 10분 이내 완결되는 겁니다. 게다가 보안성도 높아집니다. 기존 시스템은 메인서버만 해킹하면 장부 조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모두의 장부 기록을 다 바꿔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투명성도 블록체인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블록체인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에스토니아의 ‘엑스로드(X-Road)’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블록체인을 통해 그 사람의 개인정보를 모든 사용자들의 컴퓨터에 분산·저장합니다. 개인정보가 필요할 때에는 미리 입력해둔 규칙에 따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아이가 자라 부동산 거래를 하게 되면 신분증을 제출하거나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거나 하는, 별도의 개인 신분 증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인인증 정보가 블록체인 시스템에 그대로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IBM은 중국 내 돼지고기 추적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로 구축했습니다. 돼지가 태어난 곳에서부터 어떻게 키워져 어떤 경로로 유통되어 여기까지 왔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모든 제품의 공급·유통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재산 상의 거래도 크게 달라집니다. 거래 쌍방이 계약 내용에 합의만 하면 그 내용을 모두가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합니다. 제3의 기관 인증도, 수수료도 필요 없습니다. 싸고 투명하면서 안전한 거래가 이렇게 이뤄지는 겁니다.



제가 보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그래서 ‘탈(脫)중앙화’입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와 팔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를 중앙관리자 없이 매칭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우버는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자동차를 제공하는 사람을 중앙에서 이어줌으로써 수익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중앙관리자가 없어진다면 수수료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거래 효용이 올라가는 겁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들이 중앙집권적인 플랫폼을 활용해 돈을 법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화되면 자유와 분산을 키워드로 한,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트코인은 국가권력에서 벗어난 최초의 화폐입니다. 정부가 화폐를 관리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관리 권한과 거래 기록을 개인에게 분산한 겁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지만 모두가 관리하는 화폐,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중앙집권형 시스템의 미래형 대안 말입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이 관료적 공공기관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미입니다. 사회 구조의 어마어마한 변화가 녹아 있는 겁니다.

알아야 보인다 했습니다. 핵심은 ‘블록체인’이었고 함의는 ‘탈(脫)중앙화’였습니다. 비트코인에 꽂혀있는 우리의 시각 교정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투입 비용에 비해 최악의 성과를 내고 있는 집단이 나는 정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를 더욱 효율적으로 바꿀 것이다.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를 몰아낸 것처럼 블록체인은 중앙집권적 관료제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투자 구루인 팀 드레이퍼 DFJ 회장의 말입니다. 비트 코인은 거품일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혁신입니다. 바야흐로 분산과 공유의 시대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글_안병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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