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해역에서 대형 고래 2마리가 혼획(그물에 우연히 잡히는 것)됐다. 어민들은 그물이 손상되고 하루 조업을 못 하는 대신 수천만원의 돈을 챙길 수 있어 혼획된 대형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 부르며 반긴다.
30일 울산해경에 따르면 통발어선인 A호(7.93톤)는 지난 29일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서 출항해 주전항 동방 16㎞ 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통발 줄에 걸려 죽어있는 혹등고래를 발견했다. 혼획된 혹등고래는 3~4살로 추정되는 어린 암컷이지만 길이 10.4m, 둘레 6.4m, 무게 약 12.1톤으로 근래 보기 드문 대형 고래다.
같은 날 방어진항에서 출항한 연안자망 어선 B호(9.77톤)도 방어진 동쪽 59㎞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5.4m, 둘레 2.8m, 무게 2톤의 밍크고래가 혼획됐다. 방어진해경파출소에서 금속탐지기 등으로 고래를 검사한 결과 작살·창 등을 이용해 고래를 불법포획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고래류 유통증명서를 발급해 선주에게 인계했다. 이 고래는 방어진수협에서 3,100만원에 위판됐다.
하지만 앞서 발견된 혹등고래는 해경이 고래류 유통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혹등고래가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혼획됐더라도 연구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발어선 선장인 이일호씨는 “재수가 좋다고 생각하며 들어왔는데 보호어종이라 위판도 안 되고 어장은 엄청나게 손실됐고 경비도 든데다 하루 작업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보호대상 종의 경우 어민 보상 규정이 없어 이씨가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선 없다.
혹등고래가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겨울철 일본 오키나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혹등고래 가운데 어린 고래가 길을 잘못 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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