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외국인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근무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물은 적이 있다. 그 학생은 뜻밖에도 야근 문화를 꼽았다. 한국이 ‘야근공화국’임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총근로시간은 176.9시간으로 12.7시간을 초과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지난 2015년 기준 멕시코 다음으로 긴 2,124시간을 기록했다. 긴 근로시간으로 1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5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004170)그룹은 올해부터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근무하는 ‘9-to-5’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일할 때는 더 집중력을 갖고 일하는 기업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과감히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생산성은 ‘인풋(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아웃풋(생산으로 산출되는 가치)’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클수록 생산성이 높다고 표현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생산성이 낮다고 표현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는 인풋을 줄이거나 아웃풋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선택한 주 35시간 근무 제도는 이 가운데 인풋을 줄여 생산성을 혁신하는 방법이다. ‘인풋=근로시간×업무집중률’이라고 정의한다면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을 때 그만큼 업무집중률을 높여야 인풋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은 최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집중률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후5시 정시 퇴근을 위해 PC 셧다운제, 집중근무시간 흡연실 폐쇄, 회의와 업무보고 최소화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물류 시스템 개선, 자동화 기계 도입 등으로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환경 개선 노력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노력은 실제로 수치화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139480) 본사의 경우 기존에 32%에 달하던 야근율이 1월 0.3%로 줄었으며 회의실 예약 횟수와 이용 시간도 절반으로 내려갔다. 이마트 점포의 경우도 시스템 개선으로 발주, 상품 입고 처리 등 업무당 진행 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아웃풋을 많이 내는 혁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처럼 인풋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중요한 혁신이다. 이제는 야근공화국으로 대표되는 근로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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