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이후 종전선언 또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 정부는 북한에 오는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고위급회담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준비위를 열어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어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진전 사항에 따라서는 (두 정상회담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나아가 북미 경제협력까지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한 후의 목표까지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종전선언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비핵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후 열릴 남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그보다 더 나아간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간 평화협정, 북미 간 불가침협정 이후 남북·미국·중국의 종전선언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미는 아직 종식되지 않은 전쟁의 양 당사자”라며 “그런 관계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은 미국이 보장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국 정상회담이 한국전쟁의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을 포함한 다자대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다자 정상회담에 나오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추후 6자 정상회담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정상회담이 기존 종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일종의 외교적 성취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휴전협정의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를 배제한 채 미국과만 비핵화와 평화 보장 등을 논의하려 했기 때문이다. 북미대화에서 우리 정부가 제외될 경우 우리 입장을 반영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항상 미국만 바라보는 북한에 ‘한국도 신경을 쓰라’는 압박의 의미가 있다”며 “남북·북미회담에 힘을 싣고 본인의 중재자 역할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및 남북미 경제협력’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차적으로는 미국과 한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논의될 수 있다. 추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지원으로 정상국가로 자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합의 내용을 이행하려면 국가 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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