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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은관 시몬느 회장, 美 미네소타 한국어마을에 500만 달러 기부

북미 한국어 교육 단일 기부금 중 최대…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인터뷰 접한 후 2009년부터 후원

콩코르디아 언어마을에선 아시아권 언어로는 첫 번째 마을인 한국어마을 건립에 쾌척..기존에는 러시아마을 등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어 교육 이뤄져

약 354만㎡ 대지에 한국어마을 전용 강당, 기숙사, 다목적룸, 강의실 및 세문정(시몬느 한자 이름)이라는 팔각정까지 건립

박은관 시몬느 회장




지난 2008년 10월 9일 오전, 박은관(사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하 시몬느) 회장은 출근길에 라디오를 켰다가 한 미국인의 특별한 인터뷰를 듣게 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로스 킹 박사는 방송에 출연해 미국 미네소타에 자리한 콩코르디아 한국어 프로그램인 ‘숲 속의 호수’에서 한국어 수업은 물론 전통 요리나 전통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로 20돌을 맞이하는 한국어마을은 1999년부터 1,6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1년 수준의 1~4주 심화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남아나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고마웠다”면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호텔 연락처를 수소문해 킹 박사와 만난 후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어마을을 후원하던 박 회장은 이번에는 한국어마을 건립에 500만 달러(약 55억원)를 쾌척하기로 했다. 250만 달러는 박 회장 사재에서 출연하고, 나머지 250만 달러는 법인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부한다.

북미 한국어 교육 단일 기부금 중 최대 금액으로, 후원금은 기숙사나 강의실 등 교육 공간 건립에 사용된다. 지금까지 한국어마을 학생들은 별도 공간이 없어 러시아마을 등 다른 언어마을을 빌려 사용했다. 이번 후원으로 354만㎡(약 107만평) 대지에 한국어마을 전용 공간이 선보이는데, 콩코르디아 언어마을에선 8번째 마을이자 아시아 언어로는 첫 번째 마을이다. 오는 7월 초 착공식을 거쳐 내년 말까지 한국어마을 전용 기숙사, 강당, 다목적룸, 강의실을 건립한다. 학교 측은 박 회장의 기부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 절벽 위에 시몬느의 한문 이름인 세문(世門)을 딴 ‘세문정’이라는 팔각정을 짓기로 했다.

박 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한류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한국어마을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설이 따라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이번 1차 건립을 위한 후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어마을이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몬느가 북미 고급 핸드백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북미 지역 고객 덕분에 이 만큼 성장했다”며 “지금까지 30년간 시몬느가 받은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한국어마을 건립을 통해 작게나마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해외 젊은이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면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문화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쌓이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의 끼와 열정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 속에서 자체 시설을 갖추게 된 한국어마을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한국의 아이텐티티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박 회장은 외국인에 비해 우리가 오히려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적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킹 박사가 한국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인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를 열심히 하고 있고, 대기업 역시 유명 대학에 강당 같은 큰 건물을 지어줬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션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태어난 나라의 경제력, 문화적 성숙도, 품격 등 제반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아이덴티티로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고 전망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믿음은 지난 2015년 10월 선보인 독자 브랜드 ‘0914’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0914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것은 당장은 힘들지만 지금은 꽃봉오리라도 피운다는 심정으로 도전에 나섰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 토종 브랜드들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몬느는 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토리버치 등 전세계 럭셔리 핸드백 물량의 10%, 미국 시장의 30%를 공급하는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의 핸드백 왕(Handbag King)’이 억만장자가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의 보유 자산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 12억 달러(약 1조 2,900억원)이며 박 회장과 그의 가족이 회사의 지분 61.9%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사업을 위해 인적 분할한 ㈜시몬느가 시몬느자산운용, 시몬느인베스트먼트 등 투자 회사 및 전 세계 랜드마크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핸드백 제조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 담당한다.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에 6개 제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 1,776억원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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