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계모임이 블록체인의 미래다? 세계적 금융암호학자인 이안 그릭이 계모임과 같은 작은 집단을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유통되기 위한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꼽았다.
이오스(EO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블록원(Block.one)의 어드바이저인 그릭은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인증의 미래: 작은 집단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암호화폐 유통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며 “아이덴티티와 신뢰는 함께 움직이는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 △회사 △자신이 아닌 △공동체 등 4가지인 데 이 중에서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개념을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동체를 통한 아이덴티티 부여는 이름, 직함 등 정보가 수시로 바뀌고 잘못된 평판 등이 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할 퍼즐로 케냐의 차마(Chama)를 꼽았다. 차마는 한국의 계모임과 비슷한 일종의 ‘소셜 세이빙’이다. 그는 “5~30명이 모여 함께 저축을 하는 차마는 학비, 투자 등 같은 목적을 갖고 어린 시절부터 잘 아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독려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릭은 이런 작은 집단이 공공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마에 소규모 블록체인을 만들어 준 뒤 장부를 공동체 안에서 공유하면 된다”면서 “작은 집단은 데이터를 외부로 공유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돈이 어떻게 유통되는가에 대해 질문했는데 (결론은) 사람들 사이에 관계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케냐에서 발견한 마지막 퍼즐을 어떻게 세계로 전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유진·정가람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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