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9일 모바일 대문 화면에서 내보이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검색어(실검)를 완전히 없애고 자체 편집권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포털로 쏠린 기사 소비 방식을 다양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사 제목을 누르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 보여주는 ‘아웃링크’ 방식을 희망하는 곳에 한해 적용하되 네이버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해 내용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남게 됐다.
네이버가 이날 내놓은 뉴스·댓글 서비스 개선 방안은 글로벌 1위 검색 사업자 구글과 국내 고유의 포털 환경을 섞어놓은 것에 가깝다. 대문 화면에 뉴스나 실검 등 사용자의 주목도를 높일 만한 콘텐츠 서비스를 없애고 검색창을 중심에 두려는 것은 구글처럼 ‘간결한 포털’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 페이지에서 다른 메뉴(탭)로 넘기면 별도의 검색 없이도 바로 뉴스나 실검 등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구글과 다르다. 뉴스 소비 창구로서 포털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희망하는 언론사만 아웃링크를 적용한다고 해도 포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사만 네이버를 떠나 아웃링크를 선택하면 접속량과 광고 수익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유망 상권의 건물주가 세입자를 쫓아내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네이버가 하루에 3,000만명이 방문하는 모바일 대문 화면의 7개 주요 기사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의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고 두 번째 탭에 도입될 ‘뉴스판’에서 언론사가 직접 주요 뉴스를 고를 수 있도록 한 점은 바람직한 개선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에 수만 건의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네이버가 자의적으로 고르는 뉴스만 사용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현재의 ‘이상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이르면 7월부터 앞으로 자사 소속 기자가 생산한 뉴스의 중요도에 따라 가치 판단을 해서 뉴스판에 기사를 직접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관심 영역에 따라 직접 매체를 골라 구독하면서 입맛에 맞는 기사를 골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와 별도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기사 소비 성향을 분석해 뉴스를 추천해주는 ‘에어스(AiRS)’ 기능도 전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전산 논리 체계)의 객관성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AI 기사 추천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외부 기구 등의 검증을 받을 예정”이라면서 “사용자 개인 취향뿐만 아니라 주요 기사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아웃링크로의 전환 조건으로 제시할 가이드라인은 정치권과 언론사와 의견이 대립할 수 있는 새로운 논쟁 영역이다.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에는 개별 언론사 사이트의 광고 게재 영역, 보안 체계, 로딩 속도 등의 기준점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네이버가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언론사의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하는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했을 때 사용자의 불편을 우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사업적 측면에서 자의적으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문가나 학계, 정치권 등이 함께 참여해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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