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저조한 투표율과 부정투표 논란 속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6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했다.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93%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67.7%를 득표해 승리했다고 밝혔다. 분열된 야권 진영에서 출마한 엔리 팔콘 후보의 득표율은 21.2%에 그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선 확정 발표 후 “민중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그의 재선 임기는 내년 1월 시작된다. 이번 대선은 공정성 등을 이유로 주요 야당이 불참한 데다 미국을 비롯한 우파 중심의 국제사회가 선거 결과 불수용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치러졌다.
마두로 대통령에 필적할 만한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탓에 투표율은 46.1%에 그쳤다. 야권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수도 카라카스 동부지역 등 전국의 투표소는 80%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2013년 대선에 견줘 상대적으로 썰렁했다. 일부 투표소는 줄을 서서 대기한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가 마감된 오후 6시 이후에 문을 열기도 했다.
선거 불참을 선언한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주축이 된 광역전선은 이번 대선을 ‘독재자의 대관식’이라고 비판했다. 광역전선은 투표 마감 직후 자체 집계결과 투표율이 30%를 밑돌았다고 주장했다. 팔콘 후보는 선거 직후 대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며 연말에 재선거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투표소 근처에 1만3천 개의 친정부 가판을 세워 헌법을 위반했다며 레드 포인트와 관련한 900건의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를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재로 경제난과 생필품난이 악화하면 이웃 국가로의 난민 행렬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우파 중심의 국제사회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고 외교적 고립 정책을 펼쳐 마두로 대통령이 재임하는 향후 6년간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가 심화해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고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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