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틱 톡’, ‘블라 블라 블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데뷔하자마자 단숨에 세계 팝 음악의 정상에 오른 미국 팝스타 케샤(31). 5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그는 여전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친 케샤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여전사의 모습으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3집 앨범 ‘레인보우’의 ‘우먼’으로 포문을 연 그는 총 13곡을 100% 라이브로 소화했다. 케샤는 ‘부기 피트’, ‘블라 블라 블라’, ‘유어 러브 이즈 마이 드러그’를 부를 때는 특유의 파티걸 이미지를 뽐내며 무대를 신나게 뛰어다녔고,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컨트리 뮤직을 들려주고 싶다며 돌리 파턴의 ‘졸린’을 애절하게 커버하기도 했다.
케샤는 앙코르 무대에서 ‘프레잉’으로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프레잉’은 힘든 과거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담은 발라드곡이다. 케샤는 전 음악 프로듀서인 닥터 루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이 곡을 썼다. 케샤는 닥터 루크와의 법정 다툼 탓에 2012년 이후 5년간 정규앨범을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 이 곡이 수록된 정규 3집으로 돌아왔다.
곡이 끝날 때마다 기타 피크나 입을 맞춘 수건을 스탠딩석으로 던지는 케샤의 무대 매너도 돋보였다. 공연 말미엔 한 여성 관객이 벗어 던진 브래지어를 마이크 받침대에 건 뒤 “집에 가져가서 벽에 걸어둘게요.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수의 훌륭한 무대에 비해 공연 진행은 아쉬움이 컸다. 주최사인 디투글로벌컴퍼니는 불과 공연 6주 전에야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시작해 티켓 판매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7,000∼8,000명이 수용 가능한 연세대 노천극장은 절반 정도인 3,500여석 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초대권과 이벤트표로 뿌려져 유료 관객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연 도중에도 혼선은 이어졌다. 스태프의 제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연이 시작하자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로 이동하는 관객들이 대다수였다.
공연의 마지막은 역시 대표곡 ‘틱 톡’이었다. ‘프레잉’의 여운으로 인해 객석 반응이 생각보다 차분하자 케샤는 “난 이 곳에서 이 곡을 부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외치며 관객들을 끌어올렸다.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했고 케샤는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서 빛났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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