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을 부르는 데는 여야 가리지 않는다. 정의당은 현대자동차와 포스코·한화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자유한국당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방북한 재계 총수들을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국감 증인으로 거론되는 기업인은 지금까지 수십명이 넘는다. 국감이 시작되기까지 9일이나 남았으니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부르는 것을 막겠다며 도입한 국감증인신청실명제도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업인도 법을 어기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다면 국감에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국감 위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 잘못한 것도 없는 기업인들을 하루 종일 국감장에 묶어놓고는 위원들끼리 서로 치고받거나 증인들에게 발언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호통만 치다 끝나기 일쑤다. 올해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대기업 갑질 사례가 넘쳐난다거나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다는 이유로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속셈이 있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국감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따지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증인 채택도 이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안으로는 경기침체와 싸워야 하고 밖으로는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인들이다. 1분 1초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천금 같은 시간을 국감장에서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감 위원들이 할 일은 호통이 아니라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해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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