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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대디 "송파 세 모녀 남얘기 아냐…더 가난해져야 양육비 받아요"

[아픈 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③ 싱글맘·대디-한국서 홀로 아이 키운다는 것은





싱글맘 이소현(42·가명)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홀로 키우는 아들 4명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권욱기자


“지원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창피해서 나라 지원 받기 싫습니다. 다들 사회에 환원하며 살고 싶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급여 수급만 꽁꽁 붙잡고 살고 싶은 싱글맘은 없을 겁니다.”

서울 마포구 이화여대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30~50대 싱글맘들은 한부모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활고’를 꼽았다. 이들은 ‘별빛자조모임’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만나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얻는다.

지난 2015년 조사 결과 한부모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6,000원 수준으로 일반가정(39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48.7%)이었다. 그중에서도 여성 한부모로 이뤄진 모자가구의 소득은 가장 낮았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겪고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들 넷을 혼자 키우는 이소현(42·가명)씨는 “송파 세 모녀와 싱글맘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나와 멀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월평균 소득, 일반 가정의 절반

“양육비 지원 기준 충족 시키려

구직 단념…자립? 꿈같은 얘기”



싱글맘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는 ‘서류’였다. 저소득 한부모가정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상 기준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양육비가 지원되는 저소득 한부모가정은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52%인 148만원(2인), 195만원(3인), 235만원(4인) 이하여야 한다. 그리 풍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극빈층도 아니다. 이 때문에 양육비 지원을 받기 위해 구직을 단념하고 점점 더 가난해져야 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딸 셋을 홀로 키우는 김민정(40·가명)씨는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서류상 조건이 간당간당하면 무조건 탈락이니 일을 포기하고 지원을 받게 된다”면서 “자립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취업 때까지 지원해주는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시적이더라도 자녀의 학원비를 직접 지원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고2 딸과 중1 아들을 키우는 강지영(46·가명)씨는 “아이가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했는데 30만원이 없어 학원을 보낼 수 없었다”며 “통장에 적은 돈이라도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이 바로 끊긴다. 한부모는 적금도 못 들고 저축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싱글맘들은 “정부가 서류상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 지원하되 1~2년간 철저한 실사를 통해 자격을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일상 속 차별·선입견에도 눈물

“한부모도 행복…인식 개선 필요”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싱글맘도 있었다.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부모와 생계 문제로 방치된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정서적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2009년 남편과 사별한 뒤 20대인 딸 둘과 살고 있는 A(52)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신경정신과를 방문해 상담받고 약을 장기복용하는 A씨는 “내가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듯이 딸들도 불안과 우울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아이들은 결혼하지 않더라도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녀가 일상에서 겪는 차별도 싱글맘들을 힘들게 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혼인 외 가족에 대해 우리 사회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답변이 90.5%에 달했다. 가정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사회적 인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서도 한부모가정은 학교·보육시설(15.3%)뿐 아니라 가족(16.1%)과 이웃(15.1%)으로부터 유무형의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막내딸의 담임교사로부터 딸아이가 친구 물건을 훔치고 수업시간에 자주 존다는 얘기를 듣고 ‘나 때문인가’하고 자책하면서도 한부모가정이어서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찢어졌다”고 회상했다.

전체 한부모가정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싱글대디가 겪는 고충도 싱글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싱글대디들은 육아경험을 나눌 만한 남성 커뮤니티가 부재한 것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과천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강남구(43)씨는 “싱글맘처럼 싱글대디끼리 고충을 덜고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적어 한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가 활성화해 싱글대디 간에 정서적 지지를 형성하고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싱글맘·대디들은 한부모가정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아이들한테 맨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느니 차라리 헤어져서 열심히 살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정’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제도와 환경의 문제이지 가정형태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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