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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11년내 달에 오성홍기·일장기 펄럭…韓은 유인탐사 계획 없어

< 1 > 우주영토 점유경쟁…뒤처진 한국

中·日, 2025~2030년 유인 달탐사

韓은 2040년 장기 로드맵에 빠져

우주인 양성프로그램·시스템도 전무

빨라야 2040년 이후나 가능 할 듯

기술 미비 등 독자 진출 어려우면

공동사업 통해 지분이라도 늘려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설치된 우주로켓 나로호(KSLV-1)의 모형이 보름달 아래 서 있다. 우리 정부는 후속 국산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30년까지 달에 무인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고흥=송은석기자




1969년 7월21일(한국시간) 구소련 진영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큰 패배를 맛봤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미국 아폴로11호의 닐 암스트롱 선장이 평탄한 월면 지대인 ‘고요의 바다’에 성조기를 꽂았다. 이후 50년이 지나도록 달에 국기를 건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구소련도 여러 차례 달 탐사로켓을 발사했으나 폭발 등의 사고로 실패하면서 반세기 가까이 달 유인탐사를 포기했다. 구소련이 느꼈던 좌절감을 자칫 우리 국민들이 겪게 될 수 있다. 무인 우주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킨 중국은 이르면 6년 뒤, 일본은 약 11년 후 각각 달에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반면 “아직 한국 단독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우리의 독자 유인 우주탐사는 일러야 2040년대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달에 일장기·오성홍기가 꽂힌 뒤 거의 한 세대 후에나 태극기가 걸리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오는 2040년까지의 우주탐사 장기 로드맵(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는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이 없다. 2020년 스페이스X를 통한 무인 궤도선, 2030년 이전까지 무인 달 착륙선을 보내는 정도만이 구체화돼 있을 뿐이다. 2030~2035년 소행성에 탐사선을 보내 샘플을 채취한 뒤 귀환시키겠다는 밑그림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무인탐사이며, 그나마도 구체적 세부일정이 없는 개략적인 선언 수준의 계획에 그치고 있다. 항공우주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독자적으로 유인탐사를 하려면 우주장비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우주인 양성인데 우주선 조종이나 각종 긴급사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숙지시키는 데만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우리가 2040년에라도 우주인을 독자적으로 보내겠다면 최소한 2030~2035년까지는 우주인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선언적 구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계획에는 이조차 없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유인 우주탐사 임무의 스케줄조차 잡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사람을 싣고 갈 국산 우주발사체(우주로켓)를 아직 개발하지 못해서다. 또 다른 항공우주 업체 간부는 “우주인을 싣고 달 탐사를 하려면 생존장비와 로버(지상탐사차량)까지 감안해 최소한 10여톤의 장비가 필요하고 임시로라도 달에 체류하려면 수십톤에서 100톤 정도의 장비와 화물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이 정도 무게의 화물을 탑재할 만큼의 성능을 낼 발사체를 우리가 독자 개발하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1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국산 우주로켓 누리호(한국형 발사체-2)의 경우 1개당 75톤 추력의 고성능 엔진을 여러 다발로 묶어 조립하는 3단 로켓이지만 탑재화물의 중량은 중형 인공위성 1개를 싣는 수준인 1.5톤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개발할 달 탐사용 로켓은 아직 상세 제원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무인탐사 임무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어 유인 임무를 수행할 만큼의 탑재중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렵게 로켓 등을 개발해 2040년대에 유인 달 탐사에 나선다고 해도 현지에 전략적·경제적으로 유의미한 거점을 마련하기에는 늦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미 돈이 될 만한 자원채굴 거점이나 심우주 탐사에 편리한 요충지, 군사적 기밀성이 높은 전략지역은 2030년대부터 현지 유인기지를 지을 선진국과 러시아·중국 등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방위산업계의 한 연구자는 “달에서 유인기지를 만들려면 산소를 만들기 위한 물을 충분히 확보하고 태양광발전에 충분할 만큼 일조량이 높은 지역을 선택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달의 물은 남극에서만 발견됐다”며 “달의 남극에서도 기지를 지을 수 있는 입지는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일수록 달에서 최적의 유인거주지를 확보하기가 힘들어지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우주 유인탐사나 달 기지 건설에는 막대한 투자가 수반된다. 미국우주항공국(NASA·나사)은 달 우주기지 건설에 400억달러(약 44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는 미국 정부가 계획하는 초거대 계획의 일환일 때 이야기이며 민간 우주개발 기업 차원에서 추진하는 달 기지라면 적게는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많게는 100억달러(약 11조원) 수준까지 비용이 내려간다. 앞으로 신기술이 개발되면 실제 비용은 이보다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 이것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달 기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후 심우주로 진출할 중간거점이 없어 화성 등으로 진출하는 데 더욱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부담을 안게 된다고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 미비나 투자비용 부담으로 인해 조기에 독자적인 달 기지 확보가 어렵다면 다국적으로 추진되는 국제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 지분을 충분히 갖는 방식으로 공동 우주시설의 이용권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미국 등으로부터 우주개발사업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아왔으나 재정 부담을 우려해 소극적이다가 2016년에서야 나사와 협약을 맺고 달 탐사에 필요한 로봇팔 개발, 토양 샘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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