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할 여력은 있지만, 고용할 수 없습니다. (파인텍) 노조가 들어오면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마저 없어질 수 있습니다.”
75m 높이 굴뚝에서 단식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이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스타플렉스 전무)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과거 한국합섬 인수 당시 노조까지 승계했다가 300여명 노동자를 길거리에 나앉게 했다”며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플렉스는 해외 매출이 85% 정도여서 국내 이슈가 불거져도 대체로 영향력이 작은 수준이지만 중국 업체들과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노조가 들어오면 애써 지켜온 품질 경쟁력이 삐걱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스타플렉스가 노동자들을 고용할 여력은 있지만, 노조가 회사의 품질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회사 자체가 생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에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이날로 423일째 굴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틀 전부터는 굴뚝 위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지상에서는 차광호 지회장이 이날까지 30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파인텍 노조와 사측은 지난달 27일에 첫 교섭을 가진 뒤 지금까지 총 4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모회사 스타플렉스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아 고용 약속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줄곧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강 대표는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은 절대 불가하고,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로 부임하는 것도 절대로 불가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노조는 파인텍이 유령회사였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노동자들이 적은 임금을 받은 것은 결근 등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노동자들의 작업 숙련도가 떨어져 생산성이 인근 경쟁 업체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3년 전 차광호 지회장의 농성 당시 회사는 신설법인(파인텍)과 다른 계열사 중에서 선택하라고 노조에 제안했는데, 노조가 파인텍을 선택했다”며 “노조는 회사가 고용을 승계할 의지가 없었다고 하는데, 의지가 없었다면 그런 선택지를 제공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대표는 현재 굴뚝 위에서 단식 농성 중인 파인텍 조합원에 대해 “안타깝다. 여러 주변 관계자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빨리 내려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5차 교섭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노조 측에서 진전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교섭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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