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심 선수 외에 또 다른 성폭력 피해 선수가 빙상계에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빙상인으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는 9일 박지문 자문 변호사를 통해 “빙상계 비위를 조사하다 심 선수 외에도 많은 성폭력 피해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중 2명의 피해 선수들이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젊은빙상인연대와 피해 선수들은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으며 성폭력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가해자는 심 선수가 고교 때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가해자를 체육계에서 영구제명하는 비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체육 단체들에 대해 민간 주도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앞으로 강간이나 유사 강간뿐 아니라 ‘중대한 성추행’이 확인된 인원에 대해서도 영구제명하는 것은 물론 이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등 국제단체에 통보할 방침이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성폭력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체육계 지도자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심 선수가 밝힌 성폭행 피해와 조 전 코치의 폭행 혐의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은 일반적으로 폭행·협박 이후에 이뤄진다”며 “이번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중 조 전 코치가 수감 중인 구치소에서 피의자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앞서 심 선수는 지난해 12월17일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심 선수는 지난 2014년 여름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말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의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조 전 코치는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 등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4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양준호·최성욱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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