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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지각판 충돌때 '물먹은 암석'이 땅속 자극..지진·화산에 영향"

■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해양판 침강 환경서 암석이 물 흡수하는 '초수화' 첫 규명
"땅속 파고들며 다시 물 유출..물성 변화·마그마 형성" 분석
방사광 활용한 고압 연구로 '지구 속 비밀'에 한발짝 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지각판 충돌때 '물먹은 암석'이 땅속 자극..지진·화산에 영향'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미국 정부는 인공지진으로 적을 공격하는 비밀 병기 ‘데스티니’를 개발한다. 이로 인해 지구 핵인 코어(CORE)의 회전이 멈추며 지구에 기상 이변과 재난이 속출한다. 자칫하면 ‘1년 안에 지구가 전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결국 화성 크기의 지구 핵을 다시 회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에 전문가들을 코어로 보내 핵폭탄을 터뜨려 회전시킨 뒤 안전하게 지상으로 귀환하라고 명한다. 하지만 이들은 몇 천도의 지열과 엄청난 압력을 뚫고 코어로 들어가다 차례로 죽음을 맞고 지상에서는 역으로 데스티니를 가동해 코어를 돌리려 한다. 이에 남은 대원들은 데스티니를 멈추고 당초 계획대로 코어를 회전시키려 하는데….”

지난 2003년에 개봉된 공상과학(SF) 영화 ‘더 코어’의 줄거리다. 당시 이 영화의 과학자문을 맡았던 데이비드 스티븐슨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지구 핵으로의 미션’이라는 네이처 논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표면은 그 위와 그 아래의 경계이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인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의 표면을 벗어나 새로운 여행지 혹은 탐사할 대상을 찾는다면 우주 혹은 땅속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지각판 충돌때 '물먹은 암석'이 땅속 자극..지진·화산에 영향'
카올리나이트의 초수화 현상을 나타낸 그림으로 카올리나이트를 대량 함유한 물이 섭입대 일정 깊이에서 카올리나이트 광물 구조내로 흡수되고 더 깊은 곳에서는 유출되며 지진과 화산활동에 관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하지만 땅속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는 우주탐사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오는 7월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달은 물론 화성·목성·태양·태양계 가장자리까지 탐사에 한창이지만 지하 세계의 비밀을 탐구하는 것은 오히려 크게 부족하다. 인류가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지만 정작 지구는 가장 깊은 곳까지 시추할 수 있는 깊이가 12㎞라고 할 때 지구 전체 부피의 0.4%에 불과한 실정이다. 99.6%의 지구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땅속 저 멀리 내부에 관해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다. 광물학에 기초한 지구 내부 연구를 통해 지각판이 충돌하는 땅속 깊은 환경에서 그동안 지표에서는 관찰된 적이 없는 초수화(超水和) 점토광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곧 지진과 화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도 제시했다.

초수화란 특정 조건에서 물을 추가로 흡수해 팽창하는 현상으로 초수화 광물은 자체 무게의 30%나 되는 많은 양의 물을 함유한다. 이때 지각판의 섭입대(subduction zone)를 따라 그 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에 영향을 준다. 섭입대는 대륙판과 해양판이 부딪힐 때 해양판이 해구를 따라 구부러져 대륙 밑으로 침강하는 지역이다.

태평양 주변 일본 열도와 같은 지각판의 충돌대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번하게 일어나 ‘불의 고리’라고 불린다. 바닷속 깊은 곳에 위치한 섭입대는 지표의 물이 지구 내부로 순환하기 시작하는 입구이기도 하다. 땅속 섭입대를 따라 발생하는 지진과 마그마의 형성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실제 섭입대의 깊이에 따른 온도와 압력 조건을 만들어 지각판을 구성하는 광물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교수 연구팀은 섭입하는 지각판의 최상부를 구성하는 주요 광물인 카올리나이트(도자기 원료인 고령석·고령토)를 물과 함께 섞은 뒤 섭입대 접촉면의 깊이에 따라 온도와 압력을 증가시키며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을 통해 특정 깊이의 온도와 압력에서 카올리나이트가 주변의 물을 대거 흡수하는 초수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초수화된 카올리나이트가 만들어지려면 대기압의 약 2만5,000배에 달하는 압력과 200도의 고온이 필요한데 이는 섭입대 하부 약 75㎞ 환경과 비슷하다”며 “이 조건에 카올리나이트를 집어넣은 결과 물 분자가 광물의 구조 속으로 대거 유입되고 부피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 함유량이 전체 무게의 30%나 되는 이 초수화 카올리나이트는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 중 가장 높은 물 함량을 보였고 섭입대 접촉면의 물성을 변화시켜 지진과 화산 발생 메커니즘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지각판 충돌때 '물먹은 암석'이 땅속 자극..지진·화산에 영향'
고압기를 이용한 지구 내부 연구를 형상화한 그림으로 대기압에 비해 최대 수백만 배의 압력과 수천 도의 온도 환경을 만들어 방사광가속기로 지구 내부 물질의 상태를 연구한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이 교수는 “초수화 카올리나이트가 보다 깊은 환경으로 섭입되면 약 200㎞ 깊이에서 맨틀 광물로 변하며 초수화 과정을 통해 운반되던 물이 주변으로 유출된다”며 “그 영향으로 섭입대 상부에 마그마가 형성되고 지표의 화산활동을 자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올리나이트의 초수화 현상은 섭입대 75㎞와 200㎞ 사이에서 작동하는 스폰지에 비유할 수 있다. 물이 지하 심부에서 광물에 숨어 들어갔다가 다시 유출되며 지진이나 화산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교수 연구팀은 땅속 200㎞ 이상의 섭입대 환경에 따른 광물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난 2년간 포항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미국·독일·중국의 가속기 연구시설을 방문해 실험을 수행했다. 이 교수는 “방사광을 활용한 고압 연구로 땅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질 작용과 지진·화산 활동을 이해하게 됐다”며 “지구 속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전문적인 고압 실험환경 구축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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