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조원 규모의 ‘넥슨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게임산업이 자금력이 막강한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우리 게임산업을 지키려면 현재의 규제만이라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인 0시부터 오전6시까지 인터넷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청소년보호법 제26조’를 근거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저널에 게재한 글에서 “게임산업 전반의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과도한 규제의 중심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 찬성 측은 심야시간대 아동·청소년의 수면권, 신체·정신적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게임 이용 금지를 모바일게임까지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셧다운제로 인한 청소년의 심야게임을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오히려 과도한 규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2011년 11월2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입법 당시 정부 통계만으로도 100만명 넘는 청소년이 게임에 중독돼 있었고 80%가 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셧다운제도 도입을 비롯해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강력한 입법을 촉구하는 압도적 여론이 있었다. 그럼에도 셧다운제도는 극히 제한적인 방식으로 입법됐다.
셧다운제도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아동·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거나 중독자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 필요한 입법이 전혀 아니었다. 발달시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절대수면시간대를 보장해주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만이라도 잠을 잘 수 있도록 게임의 접속을 일부만 차단하는 극히 제한적 조치일 뿐이었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청소년보호법상의 보호연령이 19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어느 법에도 없는 연령인 ‘16세 미만’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0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16~19세의 19.4%가 자정 이후 게임에 접속하고 있었고 같은 시간대 16세 미만의 접속자는 단 3.4%에 불과했다. 입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청소년보호법 체계에 맞도록 19세 미만 연령으로 적용했어야 했다.
셧다운 적용 대상 게임물 역시 극히 제한적이었다. 연간 50억원 미만의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은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으며 수면권 침해에 훨씬 더 강력한 모바일게임조차 적용유예라는 형식으로 지금까지 제외됐다.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셧다운제도는 누구를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게임업계와 그 입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셧다운제도에 대해 게임회사가 거의 망할 정도의 규제라는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셧다운제도는 가짜뉴스 생산자들의 주장처럼 폐지가 아니라 입법 취지에 맞게 보완되고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정돼 계속 시행돼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셧다운제도는 16세 미만 적용 대상 아동·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줄이는 데 성공적이었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만 9~14세의 게임 이용시간대가 ‘밤10시~아침6시’인 경우 2011년 10.2%에서 2012년 1.5%로 감소(실제 감소율 85.3%)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셧다운제도의 적용연령을 19세 미만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데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
둘째, 셧다운제도는 심야시간대의 절대적 수면권을 보장해주는 헌법적 인권보호제도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아동·청소년의 심야시간 숙면은 행복추구권, 다음날의 학습권, 신체적·정신적 건강권, 궁극적으로 생명권 같은 헌법적인 인권이다. 게임업계 등에서 셧다운제도가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4월24일 7대2로 합헌판정을 내려 아동·청소년의 인권보호가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해줬다. 따라서 입법 취지에 맞게 모바일게임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이 접속 가능한 모든 게임물의 심야시간대 접속을 차단하도록 강화해야 한다.
셋째, 부모의 양육권을 지켜주기 위해 셧다운제도는 유지, 보완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셧다운제도가 부모의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셧다운제도가 부모의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려면 다음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 내 아이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왜 게임을 할 수 없게 하냐’며 국가에 분노에 가까운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 이런 부모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자정이 넘은 시간에 게임에 접속한 아이를 재우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책임이다. 따라서 자녀와의 갈등 없이 부모의 양육권이 발동될 수 있도록 모든 게임물을 셧다운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부모의 양육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게임물 이용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은 심야시간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전6시부터 자정까지의 시간대에도 게임물 이용에서 부모는 양육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게임회사는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과 장소·결제내역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심야시간대뿐 아니라 모든 시간대 자녀의 게임 이용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이 보장되도록 셧다운제도가 보완되고 강화돼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