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일제히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그 문제(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를 정치 쟁점화해서 논란거리로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정치공방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의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한국 측에 있다”고 강조한 뒤 “상황에 입각한 발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외무성 간부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요한 문제여서 양국 간 협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외무성 간부는 “완전히 남의 일처럼 (하는 듯한) 발언뿐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 내에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잇따랐다”며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는 “문 대통령은 판결을 변명으로 삼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렸다.
아사히신문은 “문 대통령이 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며 “한국의 외교장관 경험자는 ‘관계 악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는 정부 고위 관료가 문 대통령의 자세가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산케이는 관련 기사 제목에 ‘일본 경시’, ‘국제협정 무시’, ‘또 책임 전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별도의 기사를 내어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 김 위원장이 제안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에 의욕을 보이는 등 김 위원장의 ‘변호인’으로서의 측면도 짙게 내비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각에서 한국에 대한 대응조치로 사증(비자) 면제 중단 방안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2020년 방일객 4,000만명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대응 조치로서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선 “향후 한국과의 협의에서 최전선의 사령관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일관계의 악화로 대북 문제에서 한미일의 연대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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