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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수도권 신도시만으론 집값안정 어렵다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차관님, 밤길 조심하쇼.”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처의 A차관(훗날 장관급 영전)은 군 고위 관계자에게 섬뜩한 협박을 받았다. 2기 수도권 신도시 부지 결정 문제를 놓고 A차관이 군심(軍心)에 거슬렸던 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비공개로 대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집값을 잡으려면 주택 공급 확대가 정답이라는 A차관 등의 진언을 받아들여 2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문제는 건설부지 확보였다. 수도권 지도를 펼쳐 들고 규모 100만평 이상의 부지들을 찾던 A차관의 눈에 곧바로 2개의 부지가 들어왔다. 서울 송파구 위례 일대와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이었다. 군당국은 반발했다. 위례 근처에는 군당국이 군인 체력 증진을 위해 운영하던 골프장이 있고 서울공항은 대통령 편의 및 경호 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 골프장의 연간 수입이 300억원이나 됐던 모양이야. 군 입장에서는 큰 쌈짓돈이었으니 양보하기 힘들었겠지”라고 A차관은 귀띔했다. 위례신도시는 가까스로 추진됐으나 서울공항 신도시는 결국 불발됐다.



이는 신도시 하나를 짓는 데 얼마나 많은 기득권에 부딪히는지를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도 최근 3기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베드타운화와 주택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그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신도시 추가 개발은 더더욱 힘들 수 있다. 더구나 택지 개발 과정에서 풀리는 최소 수조 원대의 토지보상금은 다시 서울 강남권 등에 흘러들어 집값·땅값을 들쑤시고는 했다. 그런 전례를 볼 때 수도권 신도시의 집값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주택 공급 조절보다 지방으로의 수요분산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바꿔보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에 답이 있다. 천문학적 재정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 대신 지방도시나 시골 마을의 미분양 아파트, 빈 사무실 등을 활용해 화상회의, 온라인 업무 처리 등의 시스템을 대거 갖춘 ‘원격근무형’ 스마트시티·스마트빌리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많은 돈을 들여 수도권 본사 건물을 확충하기보다 부동산값이 저렴한 지방의 스마트시티·스마트빌리지에 원격근무용 스마트오피스를 적극 조성해보자. 본사 근무가 긴요한 인력 외의 임직원들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방은 인구소멸 위기를 피할 수 있다. 또 직장인은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퇴근하느라 하루에 1~2시간씩 도로에서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현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ICT를 적극 도입해 ‘도시·마을 스마트화 사업’으로 진화시키기를 제언한다. 특히 시골의 약점인 교육·의료 인프라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규제를 적극 풀어 스마트헬스케어·스마트에듀 기술을 도입해준다면 육아나 노부모 부양 중인 부부들이 탈(脫)수도권을 결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급적 기업이 주도하는 민간 제안 방식의 사업이 좋겠지만 어렵다면 정부 주도의 시범 사업 추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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