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사립유치원 업계에 우호적인 입법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한 정황이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직 간부들이 회비를 공금에서 유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산하 유치원들의 비리 백태가 드러난 데 이어 한유총 자체적으로도 불법을 저지른 것이어서 비판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12월12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사단법인 한유총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유총이 회원 3,000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3000톡’에 특정 국회의원을 후원하라며 계좌번호를 제시한 대화 자료를 확보했다고 31일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제보를 통해 후원금을 독려하는 말과 특정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돌려줬다는 말, 그 금액을 회원들이 다시 나눠 받았다는 카톡방의 대화 내용을 포착했다”며 “지난해 새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11월 총궐기대회에 학부모를 유치원당 2명씩 동원하고 수를 못 채울 경우 10만원씩을 더 걷은 정황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직 간부들이 법인 계좌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명분 없이 수백만원씩 출금해갔다는 회원들의 진술도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유총은 지원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지회육성비를 7개 지회에 열 차례, 총 7,0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중 6개 지회에 총 6,9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에게 현금으로 3,000만원, 개인 계좌를 통해 서울지회장에게 1,400만원, 인천지회장에게 2,500만원을 지급했다. 지회장에게 입금된 돈은 이사장이 요구해 본인 계좌로 되돌려받기도 해 교육청은 횡령·배임 정황이 있다고 봤다.
특히 2017년에는 특별회비를 조성해 집행할 때 이사장 직무대행이 특별회비 계좌에 임의로 돈을 입출금해 사용하고 660만원의 명목 없는 금액도 추가로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해 강의료와 지회교육비 200만원도 적정 수령인이 아닌 이사장과 전 서울지회장에게 지급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인 회비는 공금이라서 단체에 속하는 회원이나 회원 대표라도 개인적 이해관계로 회비를 사용하거나 변통할 수 없다”며 “한유총은 회원들이 보도록 회계장부나 세무 관련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도 않았고 회비를 방만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다음달 김득수 전 한유총 이사장과 전기옥 전 서울지회장, 정용기 전 인천지회장, 양영자 전 부이사장, 최정혜 전 이사장 직무대행 등 총 5명을 횡령과 공금유용·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한유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조사에 따른 처분이 내려지면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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