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 발표는 삼성중공업과 함께 국내 조선산업에 ‘빅2 체제’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크게 반길 만하다. 그간 조선 3사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는 바람에 저가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국내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업계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협상 능력도 높아지고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는 호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서 보유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공유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경우 초격차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지금 세계 조선산업은 시장축소와 설비과잉으로 사활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일찍이 거대 조선소 합병을 통해 내실을 갖춰온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한발 늦었다고 볼 수도 있다. 차제에 확고한 세계 1위를 지켜내려면 원가 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한발 앞선 기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인수과정에서 필요하다면 2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노조도 무조건 반대만 앞세우지 말고 지금이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성을 갖고 인수작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번 인수는 조선업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 구조재편의 신호탄을 쐈다고 볼 수 있다. 차제에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부실한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과감한 통폐합으로 신사업을 촉진하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도 조선산업이 세계 시장의 맹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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