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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6년간의 ‘데스밸리’…기술에 대한 믿음으로 견뎠죠"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사물인터넷 기반 축우 생체정보 수집

800만건 빅데이터로 축우 활동 분석

3년간의 R&D로 '라이브케어' 내놨지만

로라 통신 적용 때문에 총 6년 연구개발

"축종확대·해외시장 진출 박차 가할 것"





데스밸리는 창업가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살벌한 뜻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데스밸리는 초기 창업 기업이 사업화에 곧바로 성공하지 못하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되는 기간을 말한다.

김희진(38·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세운 이후 무려 6년의 데스밸리를 거쳤다. 6년을 쭉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긴 터널을 지난 유라이크코리아는 2017년 본격적으로 출시한 축우용 바이오캡슐 ‘라이브케어’로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 대화’에서 국내 대표 여성 벤처기업인 중 한 명으로 초청됐을 정도다. 김 대표는 “진짜 (6년을)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면서도 “‘포기하면 여태껏 해온 걸 다 날리는 거니 성과가 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라이브케어는 세계 최초의 캡슐식 가축 생체정보 기기다. 일단 소에게 라이브케어를 먹이면, 라이브케어가 소의 위에 안착해 체온·활동척도·영양섭취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소 주인은 라이브케어에 탑재된 통신망을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한 번 라이브케어가 소의 뱃속에 들어가면 최대 7~10년 동안 소화되지 않고 생체정보를 전달해준다.

라이브케어의 가장 큰 장점은 ’빅데이터‘다. 라이브케어를 통해 유라이크코리아가 수집한 소 생체 데이터만 해도 800만 건에 달한다. 독일·일본·호주·브라질 등 해외 축우의 생체정보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의 품종·국적별로 생체 패턴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구제역 등 가축질병까지 좀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저희 회사의 장점은 ’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아니라 ’가축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진(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유라이크코리아 직원들이 라이브케어를 섭취한 소들의 생체정보를 보며 구제역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사진제공=유라이크코리아


기존에도 몇몇 축산농가에선 웨어러블 기기를 소의 목이나 귀에 부착해 생체정보를 파악하곤 했다. 그러나 소가 움직이면 장비가 귀에서 떨어질 수 있는데다,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파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장비로 취득하는 생체정보에 대한 보정치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통계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바이오캡슐 형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러나 아무도 만들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 R&D에 많은 손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첫 제품을 만드는 데만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덕에 정보통신(IT)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배터리 내구도, 캡슐 소재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았다. 무엇보다 라이브케어가 소의 위장에 잘 안착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소는 반추동물이라 되새김질 할 때 라이브케어가 입을 통해 밖으로 안 나오게 하는 게 중요했다”며 “굉장히 많은 실험을 거치고 나서야 위에 안착하면서도 오랜 시간 뱃속에서 버틸 수 있는 라이브케이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2015년에 첫 제품을 내놓았지만 김 대표는 2년의 시간을 R&D에 더 투자했다. 당시 사물인터넷(IoT) 전용 통신망인 ’로라(LoRa)’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2015년에 내놓은 제품은 와이파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데 로라 통신망을 적용하면 더 넓은 범위에서도 통신이 가능했다. 2017년 4월, 유라이크코리아는 로라 통신망을 적용한 라이브케어 제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곧바로 제품을 팔 순 없었다. 중간에 법이 바뀌면서 동물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시장에 라이브케어를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증에 6개월이나 소요돼 그동안 아무런 영업활동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우리나라에서 라이브케어로 첫 매출을 낸 건 2017년 12월이었다.

2017년 8월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파워코리아 대전’에서 김희진(오른쪽)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 회장으로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당시 동물 의료기기 인증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이 상을 받아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유라이크코리아


논문이나 특허를 내기 전까지는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고집도 오랜 데스밸리에 영향을 줬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자칫하면 오랜 기간 공들인 사업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기 힘들 거란 걱정이었다. 김 대표는 “작은 기업은 보안이 생명인데, 자금력이 없는 상태에서 주목만 받게 되면 정보는 노출되고 사업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물론 김 대표도 “그때 고생하지 않고 시드머니 투자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한다”며 VC 투자로 빠르게 데스밸리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VC 투자를 안 받고 버티는 게)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나름대로 캐시 카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R&D 비용을 대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서비스도 운영했는데 이게 연 매출이 최대 10억원에 달했다”며 “라이브케어에 집중하느라 이 서비스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라이브케어가 반드시 가축 보건을 위해 필요하다는 믿음이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꼭 해야 된다는 믿음이 컸다”며 “이것 때문에 6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신념은 이후 VC로부터 투자받을 때도 버팀목이 됐다. 김 대표는 “VC 관계자가 저를 보고 ‘대표님은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후 그 분이 직접 저희한테 투자를 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축종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는 라이브케어를 적용할 수 있는 축종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미 일본에선 깐깐한 인증 절차를 거쳐 지난해부터 라이브케어를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축우가 300만마리나 되긴 하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13억두에 달한다”며 “라이브케어가 나왔을 때도 해외에서 반응이 더 컸던 만큼 가능성을 믿고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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