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우파 세력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 1명을 체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뒤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은 미국과 중남미 우파 정부 등 50여개국이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이 ‘마두로 지키기’에 나서면서 중남미를 넘어 국제사회의 좌우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4년간 취재 활동을 해온 기자 코디 웨들(사진)이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아파트에 들이닥친 5명의 군 방첩요원들에 연행됐다.
검은 제복을 입은 군 요원들은 웨들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아파트에 들어가 컴퓨터와 취재 장비 등을 압수했고, 웨들은 2시간 뒤 옷가방 등을 가지고 연행됐다. 웨들의 프리랜서 일을 돕는 베네수엘라인 카를로스 카마초도 집에 있다가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웨들은 최근 미국 ABC뉴스의 계열사인 마이애미 지역 방송 WPLG에서 마두로의 퇴진을 주장하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웨들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우는 것 같다고 현재 언론 자유 단체인 에스파시오 푸블리코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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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권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고 비난했고, 킴벌리 브라이어 중남미 담당 차관보는 트위터를 통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웨들의 고향인 미 버니지아주의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당국이 그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석방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지난 2개월간 베네수엘라에서 약 50명의 언론인이 군에 체포됐다가 수 시간 뒤 풀려났지만, 독일 출신의 기자 한명은 스파이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이후 석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권의 불법거래와 자금조달을 돕는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은 마두로와 그의 부패한 네트워크에 이익이 되는 불법적 거래를 조장하는 데 관여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은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마두로 정권이 외국 금융기관들과 돈을 옮기고 은닉하고 있는 활동을 포착했다면서 “며칠 또는 몇주 내로 관련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이와 별도로 마두로와 관련 있는 77명의 미국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지난 8일 베네수엘라인 49명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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