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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개방 강조하지만 국가주도 성장 한계…'중진국 함정' 빠질수도

<2>변곡점 맞은 중국경제 도약이냐 답보냐

29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 목표에 기업도 위기감 커져

전문가들 "국가의존도 커 개혁 후퇴하고 정체 빠질것"

"美 타깃된 중국제조 2025, 세금만 낭비" 내부 비판도

지난 11일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화이베이=AFP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중국 톈안먼광장 서쪽 대로변에 붙어 있는 인민대회당.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례대로 1시간 30분이 넘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문구는 예상보다 엄중했다. “국내외 정세를 살펴볼 때 중국은 올해 더욱 복잡한 환경에 직면해 예상하기 힘든 위험과 도전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리 총리의 이 같은 진단은 당 지도부가 중국의 현 정국과 경제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 역력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업무보고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리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리 총리가 “중국은 지금은 물론 향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는 데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각국 언론인들이 모여 앉은 인민대회당 3층 기자석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리 총리의 발언에 전국에서 모여든 3,000여명 인민대표들이 앉아 있던 1층 청중석에서는 한숨 소리마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주요 2개국(G2)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회주의 최강국의 꿈을 꾸던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에서 경제를 주관하는 총리가 스스로 ‘덩치 큰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는 초라한 업무보고서를 낭독하게 된 배경에는 짙어지는 무역전쟁의 암운과 급격한 경기둔화 속에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정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전인대에 앞서 올 1월 초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90조309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 신경보에 따르면 달러화 기준 GDP는 13조7,000억달러를 넘어서 1인당 GDP가 9,900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를 맞으며 중진국 문턱을 넘어서 초강대국 진입을 위한 기초를 닦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같은 중화권 매체나 서방 언론에서는 시진핑 집권 2기에 중국이 중진국 함정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심심찮게 제기된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쾌속 성장을 하다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일순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중국 지도부의 경제전망 인식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어 있다. 공산당 지도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6~6.5%로 29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속도를 예고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10.6%) 마지막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한 뒤 2015년부터는 6%대로 밀렸다. 중국 지도부는 6% 성장률 지키기(바오류)에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글로벌 메이저 투자은행(IB) 보고서에서는 이른바 중속 성장의 마지노선인 6% 성장률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 내에서도 시 주석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논의 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러우지웨이 전 재정부 장관은 이달 7일 양회 공식인터뷰 석상에서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정조준 대상만 됐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선전과 상하이시를 비롯해 중국 주요 산업지역에서는 수출 민영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당장 주문이 크게 감소해 실적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강주아오 대교 건설로 도약 기회를 맞은 중국 제조업 기지 광둥성 포산의 로봇시스템 업체 오토보티의 경우 지난해 고객 주문이 미중 무역전쟁 이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보티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고객들이 투자를 줄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인 광둥성의 한 주방용품 수출업체는 지난해 기존 주문 물량을 모두 소진한 뒤 올해 새 주문 속도가 더뎌 감원을 고려하고 있고 생산라인 해외 이전 방안까지도 검토하는 실정이다.

장웨이잉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처한 상황은 미중 무역전쟁이나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압박보다 중국 국가주도 발전 모델의 필연적 결과”라며 “시진핑 지도부의 국가주도 발전 모델을 계속 강조하면 산업정책에 대한 국가 의존도가 커져 개혁이 후퇴하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정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시진핑 절대권력 강화에 눈이 멀어 섣부른 중국몽 축포를 터뜨린 것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지도부의 경직된 사고와 임금 상승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정착되면서 옛 소련이 1인당 소득이 1만2,000달러에서 성장이 정점에 이르렀고 1960~1970년대 이후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 현재 중국의 실상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자본과 노동에 의존한 성장에서 뚜렷한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제조 2025’의 경우 중남미 국가들이 추진한 수입대체산업 육성 전략과 비슷하지만 이들 중남미 국가는 일시적인 급성장 이후 부채 폭탄이 터져 결국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스도 최근 ‘중국의 진정한 도전’이라는 칼럼에서 “부유한 중국인 46%가 미국 등 해외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며 “중국은 떠오르는 강대국이 아니라 쇠락하는 강국”이라고 진단했다. /포산=홍병문논설위원 hb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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