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고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선 공로자까지는 아니어도 열심히 일을 했으므로 응분의 대가를 바랐다”고 증언했다.
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회장은 “열정을 가지고 나름대로 정책적 건의도 많이 했으므로 희망 보직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인사청탁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2008년 1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회장은 “정 의원이 전화로 나에게 ‘금감위 위원장이 될 것인데 비밀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말을 100% 믿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2월에 이 전 대통령의 통의동 사무실에 찾아가 산업은행장 등 다른 자리를 시켜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을 지원한 계기에 대해서는 “가깝게 계신 분이 큰일을 하게 돼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잘 계시면 제가 도움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이 전 회장이 진술한 내용은 그의 비망록에 기록된 내용들이다. 이 전 회장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비망록에 써 있다면 사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해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을 맡는 것은 어떠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을 토대로 이 가운데 19억원과 1,230만원 상당의 의류 제공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의 비망록 내용을 믿을 수 없다며 뇌물 혐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증인신문은 몇 차례 무산된 끝에 이날 열렸다. 그는 재판부가 법원 홈페이지에 증인신문 일정을 공지하자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불출석 의사를 밝혔고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이날 증인 보호를 신청하고 법정에 나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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